행불자 유해 찾기 한 가닥 희망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가매장한 희생자의 시신을 발굴해 불태운 뒤 그 유골을 광주 외곽·인근에 묻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당시 행방불명된 사람 중 일부의 유해라도 찾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동안 행불자 가족들과 5·18단체들은 수차례에 걸쳐 암매장 추정지를 발굴했으나 유해를 찾는 데 실패했다.

5·18 당시 보안사령부 소속 505보안부대 수사관이었던 허장환(71) 씨는 14일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관에서 당시 상황에 대한 기자회견을 한 뒤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군이 가매장한 시신들을 모두 발굴해 광주국군통합병원(광주 서구 화정동 소재)의 개조된 보일러실에서 화장을 했는데 유골을 분쇄하는 기계가 없어 남은 유골을 광주 외곽의 땅에 묻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유골을 묻은 지점은 1곳이 아닌 여러 곳이고, 그 지점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골 매몰 지점을 공개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5·18진상규명위원회가 출범하면 전부 얘기하겠다”고 답했다. 허 씨의 증언을 토대로 향후 유골 매몰지에 대한 발굴이 이뤄질 경우 당시 행불자의 유해를 일부나마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5·18 당시 행불자는 정부의 심사를 통해 인정된 84명 가운데, 2001년 말 무명열사 유해 11구를 이장하면서 DNA 분석으로 확인된 6명을 뺀 78명에 이른다.

허 씨는 “당시 군이 가매장한 시신을 발굴한 이유는 간첩이 침투했을지 모르니 색출하라는 보안사령부 지침에 따라 지문채취를 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허 씨는 당시 시신을 화장하기 위해 광주국군통합병원의 보일러실을 개조한 정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군이 통합병원을 ‘보안 목표’로 선정할 이유가 없는데도 선정했고, 보일러실 굴뚝 주변에 3중 철조망을 설치하고 무장병력이 방호를 했다는 것이다. 군은 일반적으로 발전소, 군수생산업체, 댐, 가스저장소 등 전쟁과 같은 유사시에 반드시 방호할 필요가 있는 시설들을 보안목표로 설정한다고 한다. 허 씨는 “당시 엄청난 역할을 한 505보안부대 서 모 중령은 대통령 표창, 목숨을 걸어놓고 광주를 오간 나는 내무부 표창을 받았는데도 가운 걸치고 가만히 있던 광주통합병원장이 우리나라 서열 4번째의 훈장을 받은 것은 그런 공로와 연관이 있다”고 덧붙였다.

허 씨는 “당시 군은 광주통합병원에서 처리하지 못한 나머지 시신은 비닐에 싸서 항공기로 이송해 바다에 투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 “당시에도 해양투기를 할 수 있는 구역이 따로 정해져 있었다”고 덧붙였다. 현행 해양환경관리법 시행규칙 등에 따르면 5·18 당시보다 규제가 심해진 지금도 정해진 해양구역에 쓰레기를 투하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시멘트로 고형화 처리한 것의 경우 강원 속초 동쪽과 경북 울릉도 북동쪽이 겹치는 해역에 투기할 수 있다.

허 씨는 다만, 가매장했다가 발굴한 시신의 숫자 등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허 씨는 특히 “5·18에 관해 그동안 연구된 시나리오가 처음부터 끝까지 잘못 쓰여졌다”며 “진상 규명을 통해 새롭게 다시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정우천 기자 sunsh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