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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균 경기대 한반도전략문제 연구소 부소장

북한이 요격 불가능에 가까운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군사력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 4일과 9일 등 2차례에 걸쳐 발사한 이 탄도미사일은 러시아의 SS-26 이스칸데르와 형상, 비행 궤적 등이 판박이다. 북한은 이 미사일들을 각각 240㎞, 420㎞, 270㎞를 비행시켰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3번의 발사 모두 정점고도가 40여㎞로 똑같다. 일반적인 탄도미사일이라면 240㎞는 60∼80㎞ 고도, 420㎞는 110∼130㎞ 정도의 정점고도가 돼야 한다. 40여㎞의 정점고도라면 150㎞ 정도의 사거리를 보여야 정상인데, 이 미사일들은 훨씬 길게 날아가며 각각 다른 사거리를 보여줬다. 어디로 날아올지 예측이 안 되기 때문에 요격 자산들을 가동하기 힘들어진다. 북한이 촘촘한 유엔 제재를 뚫고 엄청난 무기를 개발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군은 2차례의 북한 미사일 도발에서 도발 원점과 사거리 등에 대해 심각한 오차를 보였다. 지난 4일 발사 시 최초 발표는 200㎞라고 발표했다가 240㎞라고 정정했다. 겨우 200여㎞ 날아간 단거리미사일의 사거리를 무려 20%나 오차를 낸 것은 요격 능력 부족을 보여준다. 더 심각한 것은 지난 9일이다. 첫 발표는 평북 신오리에서 발사했다고 했다가, 다시 몇 시간 후 40여㎞ 떨어진 평북 구성에서 발사했다고 정정했다. 군의 대응사격 능력에 심각한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적이 포나 미사일을 쏘면 반드시 공격 원점을 향해 반격탄을 날려야 한다. 그래야 2차 공격을 막을 수 있다. 그런데 도발 원점에 무려 40여㎞나 오차가 있었으니, 추가 공격을 계속 받을 수밖에 없는 수준임을 보여준 것이다.

군이 미사일을 미사일이라 말하지 못하고 아직 검토 중이라며 정권 눈치를 너무 많이 보고 있다는 우려는 오히려 애교에 가깝다. 이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자세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사 원점과 탄착점을 수십 ㎞나 오차를 내는 것은 능력 부족을 들킨 결정적 사례다. 수조 원의 예산을 들여 그린파인 레이더, 이지스함, 조기경보기 등을 배치해 중첩 감시하고 있음에도 이런 오차를 낸다면 국민 불안감과 군에 대한 불신은 커질 것이다.

그동안 유엔 안보리는 여러 차례 북한의 탄도미사일 관련 활동을 금지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1차 핵실험 직후인 제1718호, 2차 핵실험 직후 제1874호, 6차 핵실험 직후 제2397호 등에서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한 어떠한 발사체의 사용도 금지했다. 그렇다면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는 사거리와 무관하게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단거리미사일은 유엔에서 제재를 해오지 않았다는 등 상황을 축소하려 애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군사적 신뢰를 쌓자고 했던 판문점 선언 위반, 9·19 남북 군사합의 위반임에도 위반 소지 없는 통상적 훈련으로 본다고 말하는 대통령의 모습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 비핵화 협상이 다시 대결 국면으로 전환되려는 시점에 어떻게든 대화의 끈을 잡으려는 노력도 좋다. 하지만 먼저 우리 국민의 안전보장을 통한 지지 확보가 우선이다. 그런데도 선행적으로 북한 입장을 고려하는 듯한 대통령의 모습과 그런 눈치를 너무 많이 보는 듯한 우리 군의 모습에서 국민은 실망한다. 또, 탐지·요격·반격 등 모든 영역에서 능력 부족을 드러내고 있는 군의 모습에 국민은 불안해 한다. 그 무엇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국민을 위한 정책을 추구하는 것이 대통령과 군대의 임무다. 사람이 먼저가 아니라, 우리 국민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