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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 논설위원

민간 우주시대 주인공 자리를 놓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가 신경전을 벌였다. 지난 9일 민간 우주 탐사업체인 블루오리진 창립자인 베이조스가 달 착륙선 ‘블루문(blue moon)’을 프레젠테이션하는 자리에서, ‘몇 년씩 걸리는 왕복 여행인데, 리얼타임 커뮤니케이션은 없다’란 자막이 붙은 화성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제는 달에 돌아갈 시간”이라며, 머스크의 우주 탐사업체 스페이스X의 화성 식민지 구상을 비꼬았다. 머스크도 즉각 반격했다. ‘블루볼(blue ball)’로 이름을 바꿔 붙인 블루문 이미지를 트위터에 올린 것이다. 블루문의 가운데 몸통이 공처럼 생긴 점에 착안한 것인데, 블루볼은 고환 통증을 뜻하는 비속어다.

우주 산업은 거의 전적으로 국가 독점 산업이었다. 미·소 간의 국력 경쟁 덕분에 발전했으나, 냉전 이후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나사(미 항공우주국) 소속 박사가 트럭 운전기사로 전업하는 사태마저 벌어졌다. 그러다 최근 다시 우주 산업 열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중국이 우주 탐사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가운데, 민간 기업들이 최적의 비용으로 이윤을 창출하는 우주 산업 상업화 시대를 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만이 아니다. 일본 로켓 개발 벤처 기업인 ‘인터스텔라 테크놀로지스’는 지난 4일 소형 로켓 ‘모모 3호’를 홋카이도에서 발사했다. 인공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키는 능력은 아직 없지만, 민간 기업 단독으로 고도 100㎞ 우주 공간에 도달시킨 것이다. 이 회사가 추구하는 것은 가격파괴다. 저가 로켓으로 우주산업을 민간 주도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스라엘도 지난 2월 첫 민간 달 탐사선을 쏘아 올렸다. 히브리어로 창세기를 뜻하는 ‘베레시트’란 이름의 달 탐사선이 성공적으로 발사됐지만 달 표면 착륙엔 실패했다. 그러나 달에 도달한 우주선 가운데 가장 싼 우주선이다.

15세기 대항해시대에 이어, 21세기 우주 대탐사 시대가 개막됐다. 대항해시대도 초기엔 국가가 주도했으나, 시간이 흐르며 민간 주도로 바뀌었다. 한국 우주 산업은 걸음마 단계다. 그나마 국가만 쳐다보고 있다. 상업을 천한 것으로 여기고 공공성만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도 문제다. 대기업이 나서자니 ‘문어발식 확장’이란 비난이 무섭고, 벤처 기업이 뛰어들자니 너무 많은 규제가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