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국민통일방송 브리핑룸에서 대북인권단체 관계자 및 국내외 언론사 취재진이 인터넷으로 생중계 중인 유엔인권이사회 3차 북한 보편적정례검토(UPR) 현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 18개 北인권단체, 제네바서 열린 회의 모니터링

韓, 이산가족만 짧게 발언
北인권 사전질의서도 안내

우루과이·아이슬란드 대표
“납치 KAL기 승객 송환해야”

전문가 “국제사회는 北 압박
우린 저자세 따지지도 못해”

북한 인권문제를 논의하는 유엔 인권이사회 3차 북한 보편적정례검토(UPR) 회의에서 영국과 캐나다는 물론 우루과이까지 나서서 문제 제기를 했지만 한국 정부는 사실상 아무런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북한의 납치자·국군포로 문제 당사자인 한국은 관련 사안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았고 사전 질의서도 제출하지 않았다. 대북인권단체들은 한국이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소극적이라고 비판하면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8일 오후 9시 30분 서울 마포구 국민통일방송 브리핑룸에서는 18개 북한 인권단체들이 참여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3차 북한 UPR 실시간 합동모니터링’ 행사를 열었다. 제네바에서 열린 3차 북한 UPR를 인터넷 생중계로 시청하면서 각국의 발언 내용을 평가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행사였다. 이날 모니터링에 참석한 탈북민과 인권 운동가들은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94개국 대표들의 발언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UPR는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들이 193개 유엔 회원국을 대상으로 5년마다 인권 상황을 심사하는 절차다.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들은 UPR를 통해 회원국들이 국제적 인권 규범을 준수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개선을 유도한다.

이날 우루과이 대표는 “1969년 KAL기 납치 억류자를 포함해 유엔 강제실종실무그룹에서 정보를 요구한 강제실종 피해자들에 대해 북한이 답변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우루과이 대표의 이 같은 발언에 모니터링 행사장 내에서는 환호성과 함께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잠시 뒤 아이슬란드 대표도 “황원 씨를 비롯해 KAL기 납치사건 당시 돌아오지 못한 승무원을 즉시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미국은 북한 내 정치범 수용소에서 벌어지는 고문·강제노역 등 인권 침해 문제를 제기하며 인도주의적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또 영국도 아동 동원 노동을 철폐하고 주민에 대한 감시를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백지아 제네바 주재 한국대표부 대사는 “이산가족 문제는 긴급한 인권문제”라며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를 발언 막판에 짧게 언급했다. UPR를 앞두고 각국은 사전 질의서를 제출했지만 한국 정부는 북한의 내부 인권 상황에 대한 사전 질의서를 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인권문제 대처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지켜본 모니터링 참가자들은 실망을 금치 못했다. 현재 북한은 한국인 6명을 억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과거 납치사건이나 국군포로 문제에 대해서도 해결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국제법 전문가인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 연구원은 “대한민국 국민이 납치된 문제는 헌법상 재외국민 보호 의무, 인권 보호 의무를 감안할 때 제일 앞에 뒀어야 한다”며 “한국 대표가 우루과이나 아이슬란드처럼 구체적 내용을 적시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 이영환 대표도 “외교부는 앞서 북한으로부터 자국민 송환 요구를 받고도 정작 우리 국민의 억류 사건은 구체적으로 따지지 않아, 대북 저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은 지난 2017년 3차 한국 UPR에서 ‘납치된 북한 식당 여종업원 12명과 가족에게 돌아가겠다는 김련희 씨를 즉각 송환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글·사진 = 조재연·최지영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