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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러 이후 동·서해 훈련 참관
美‘힘에 의한 평화’ 대응하듯
北‘힘을 통한 자주’ 잇단 도발
‘방어훈련’강조 협상여지 남겨

비건 訪韓맞춰 국제시선 끌고
文 대통령 취임 2주년에 발사
美 제재·韓 쌀지원 반발인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말 러시아 방문 이후 잇따라 동·서해를 오가면서 직접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참관하는 등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끌어올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2주년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한 시점에 맞춘 도발로, 미국의 대북제재 유지 입장과 한·미의 대북 식량 지원 추진에 부정적 입장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김 위원장이 이번 발사가 방어적 성격의 ‘자주권 수호’라는 점을 강조한 만큼 향후 미국과의 대화 여지는 남겨둔 것으로 보인다.

10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평안북도 구성 지역에서 미사일 발사를 참관한 뒤 “나라의 진정한 평화와 안전은 자기의 자주권을 수호할 수 있는 강력한 물리적 힘에 의하여서만 담보된다”며 “인민군대는 앞으로도 혁명의 총대를 더욱 억세게 틀어잡고 사회주의 조국을 수호하고 우리 인민의 영웅적인 창조투쟁을 무력으로 믿음직하게 보위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강조하는 ‘힘에 의한 평화’에 ‘강력한 물리적 힘’으로 맞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지만, 김 위원장이 지난 4일 미사일 발사에 이어 이번에도 방어적 측면을 강조한 만큼 도발 수위는 조절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 매체가 4일과 9일 2차례 미사일 발사 과정에서 구체적 발사체 종류를 공개하지 않고, 김 위원장이 이번에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관할하는 전략군사령관 대신 포병국장 박정천 대장을 대동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협상 여지는 열어놨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도발은 미국을 의식한 측면이 다분하다. 북한은 비건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랜들 슈라이버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 차관보 방한 시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사거리가 짧은 미사일을 발사해 미국·일본을 직접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전형적 북한식 도발이라는 것. 다만 미국과의 협상 소강 국면이 지속된다면 북한이 도발 수위를 끌어올릴 가능성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식량 지원 방침을 밝힌 상황에서 북한이 문 대통령 취임 2주년에 맞춰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한국 측에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은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대외 매체를 통해 수차례 한국 정부의 ‘중재자’ 역할을 불신하는 논평을 낸 바 있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2017년 9월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에서 대북 국제공여 차원으로 의결한 800만 달러(약 90억 원) 수준의 대북 식량 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상태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