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신자유주의는 전쟁과 공황, 나치, 공산 체제의 출현이라는 악재 속에서 고전적 자유주의에 충실하려는 학자들이 이론화 작업을 했다.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왼쪽 사진)가 선두에 섰고,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오른쪽)에 의해 그 중심이 미국으로 옮겨졌다. 자료사진

- 우주의 거장들 / 다니엘 스테드먼 존스 지음, 유승경 옮김 / 미래를소유한사람들

역사적 맥락·발전 과정 등 탐구
전쟁·공황·나치·공산당 겪으며
개인 기반한 新자유주의 재건
지식인·언론인·정치인에 퍼져

유연한 노동·자본의 세계화…
레이건·대처 정책에 적극 반영
공공영역 축소 불평등 유발도
“모든것 해결 환상이론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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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경제는 물론 온갖 사회문제의 원인으로 ‘신자유주의’가 지목되곤 했다. 부의 불평등, 청년들의 좁은 취업문, 도를 넘어선 사교육 등 세상 모든 일의 배후에 신자유주의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자유주의가 뭐냐고 물으면 딱히 대답하기 어렵다.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의 자연적 움직임에 집중하는 것 정도가 우리의 신자유주의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수준이다. 영국의 역사학자이자 정책전문가인 다니엘 스테드먼 존스의 ‘우주의 거장들’은 온갖 문제의 원흉(?)으로 지목되면서도 실체를 잘 몰랐던 신자유주의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줄 만한 책이다. 신자유주의의 역사적 맥락을 시작으로 그 발전 과정을 꼼꼼한 문헌 조사와 인터뷰로 채우고 있는데, 600쪽에 가까운 분량이지만 일목요연하다.

저자는 신자유주의를 “개인의 자유와 제한된 정부를 기반으로 하면서 인간의 자유를 경쟁적 시장에서의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행위자의 행동과 연결짓는 자유시장 이데올로기”라고 규정한다. 핵심은 자유시장 이데올로기가 경제는 물론 사회 전 영역에 관철되도록 정책을 수립하고 제도를 고안하는 것이다. 결국 신자유주의는 정치와 연관될 수밖에 없는, 일종의 경제 논리면서 정치를 다루는 기술인 셈이다. 저자는 ‘우주의 거장들’에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그리고 어떻게 신자유주의의 시장에 대한 신념이 20세기의 마지막 4분의 1과 2008년 금융위기에 이르기까지 영국과 미국의 정책을 지배하게 됐는가”를 추적한다.

신자유주의는 전쟁의 공포의 산물이다. 전간기(戰間期), 즉 제1차 세계대전 종결에서 제2차 세계대전 발발까지의 시기에 “전쟁과 공황의 경험, 파시스트와 나치 그리고 공산 체제의 출현”이라는 악재 속에서 “개인의 자유에 대한 고전적 자유주의의 책무에 충실한 새로운 자유주의를 재건하고자” 하는 일단의 학자들이 일어섰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가 선두에 섰고, 철학자 칼 포퍼와 1세대 시카고 경제학파의 지도자 헨리 사이먼즈 등이 포진했다. 선두에 선 하이에크는 전략적이었다. “자유시장이 승리하는 것을 보증할 수 있는 방법은 ‘사상의 매개자’인 지식인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한 그는 지식인, 언론인, 전문가, 정치인, 정책 입안가 등 보다 광범위한 대상을 포섭하기 위해 애썼다. 하이에크 이후 신자유주의는 유럽에서 미국으로 그 중심을 옮겼는데, 밀턴 프리드먼이 신자유주의의 전도사를 자처했다.

1940년대부터 1970년대에 이르기까지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각종 싱크탱크들도 신자유주의 사상을 발전시키는 거점으로 기능하면서 신자유주의 학자들의 특정한 정책적 맥락을 영국과 미국 그리고 국제적 차원에서 토론하도록 고무했다.

1980년대 들어서면서 신자유주의는 일부 엘리트 학자나 정치인의 주장을 벗어나 전 지구적으로 확대됐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무역기구(WTO) 등도 신자유주의 정책을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와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이들의 주장을 고스란히 정책에 반영했다. 특히 레이건 행정부는 공공주택부문에서 완전히 철수했는데 주택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민간부문의 역할을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했다. 대처 총리는 지방 정부 소유 공영주택을 개인에게 매각하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했다.

긍정과 부정의 평가는 차치하고라도, 신자유주의는 영국과 미국 그리고 전 세계의 정책을 바꿨다. 유연한 노동시장이 전 세계를 휩쓸었고 좌·우파를 막론하고 모든 정부는 금융 규제 완화를 통해 자본의 세계화를 이루게 됐다. 신자유주의가 남긴 거대한 영향과 정치적 성공은 불평등을 불가피한 필요악으로 새롭게 수용하는 결과를 가져왔고 공공 영역이 누적적으로 위축되는 결과를 낳았다. 저자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평가는 유보하면서도 “자유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환상의 세계에서는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해결책으로 “이성에 기반한 정책수립의 회복”을 내놓는다. “자유시장으로 표현되는 개인의 자유에 대한 세속적 신념일지라도 신념에 이끌려서 사회적, 경제적, 실질적 문제에 둔감한 외곬으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668쪽, 2만3000원.

장동석 출판평론가·‘뉴필로소퍼’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