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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사와 재계약 불발되면
각자의 길 걷던 과거와 달리
둥지 옮긴 후에도 그룹 활동

“한류가 거대한 산업되면서
그룹名 유지 필요 공감대”

“이제는 ‘가출’이 아니라 ‘출가’죠.”

최근 오랜 기간 몸담았던 소속사를 떠나는 유명 아이돌 그룹 멤버들을 보며 가요계 관계자는 이렇게 입을 모은다. 원 소속사와 계약 기간이 만료된 후 재계약이 불발되면 그룹에서 탈퇴하며 ‘각자의 길’을 걷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둥지를 옮긴 후에도 그룹 활동을 이어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소속사와 스타가 쌍방 합의에 의해 ‘발전적 이별’을 택한다는 의미에서 부정적 뉘앙스를 가진 가출보다는 출가라는 단어를 선택한 셈이다.

히트곡 ‘위아래’로 뒤늦게 인기를 끌며 ‘역주행 신화’를 일군 걸그룹 EXID(사진)는 이달 말 멤버 하니와 정화가 전속 계약 만료 후 새로운 소속사를 찾아 떠난다. 소속사 바나나컬쳐 엔터테인먼트 측은 지난 3일 “EXID는 해체가 아니라 전환기를 맞아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며 “현 소속사를 떠나게 된 하니와 정화에게도 깊은 고마움을 전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소속사는 나흘 뒤인 7일 EXID의 새 앨범 발매 쇼케이스를 알리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실제로 전 멤버들이 EXID의 명맥을 이어간다는 약속을 지킨 셈이다.

이에 앞서 걸그롭 소녀시대의 멤버 수영, 서현 등도 SM엔터테인먼트를 떠났지만 원활한 관계를 이어오며 향후 소녀시대 활동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배우 소지섭의 소속사에 새롭게 터를 잡은 옥택연 역시 여전히 보이그룹 2PM의 멤버다. 전 소속사와 계약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그룹에서 탈퇴하거나 해체 수순을 밟던 과거와는 달라진 풍속도다.

한 중견 매니지먼트 대표는 “한류가 거대한 산업이 되면서 높은 인지도를 가진 그룹의 이름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통상 해당 그룹을 데뷔시킨 소속사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상표권을 가지기 때문에 각 멤버들과 계약 종료 후에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향후 또 다른 활동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들도 그룹의 일원으로 남아 있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추세다. 이미 데뷔 20주년이 넘은 원조 아이돌 그룹 신화나 god의 경우 그들이 한데 모일 때 올드팬들도 결집하는 시너지 효과를 경험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짧은 활동 후 뿔뿔이 흩어진 1세대 기획형 아이돌인 HOT·SES와 멤버 탈퇴 후 그룹 해체를 선언한 원더걸스·미쓰에이 등 2세대를 지나, 이제는 소속사를 떠난 멤버도 그룹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원형을 유지하는 한류 3.0세대가 열린 셈”이라고 덧붙였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