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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흔들리는 중국경제

올 성장률 마지노선 6.0~6.5%
美와 무역분쟁 해결해야 가능
실패땐 대규모 실업자 불보듯

재정 쏟아부어 견인한 高성장
中 총부채 GDP대비 253%로
“중속성장 유지” “중진국 함정”
전문가들도 경제 전망 엇갈려

비효율적인 국유기업도 ‘약점’
보조금 연명 ‘좀비기업’2만개
習권력 기반이라 개혁 힘들어

중국의 중속(中速) 경제성장은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올해 1월 말 중앙당교 세미나에서 엄중한 상황 인식을 내비쳤다. 국제환경과 국내조건에서의 크고 복잡한 변화를 언급한 시 주석은 “위기의식을 높여 경제 영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중대 위험에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이 장기집권과 개혁·개방, 시장경제를 유지하는 데 “장기적이고 복잡한 시련을 맞았다”고도 했다. 마침 세미나가 열린 날은 2018년 중국 경제 성장률이 1990년 이후 28년 만에 가장 낮은 6.6%로 발표된 날이었다.

◇중속 성장 고착화 = 중국 경제가 미·중 무역협상의 불확실성 등 외부 변수와 천문학적인 부채 리스크 등 구조적 내부 문제로 위기를 겪고 있다. 경제 예측기관들은 올해 중국 성장률이 6.2~6.3%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조차 미·중 무역분쟁 해결을 전제로 한 예측이다. 무역협상이 결렬돼 미·중 간 관세전쟁이 지속되면 성장률이 6%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구조적 위기 해소보다는 단기 대응책에만 주력하는 중국 정부의 대응 전략도 문제로 지적된다. 경기 하방 압력을 막기 위해 중국은 구조개혁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둔 경제 운용 기조를 천명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3월 5일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에서 대규모 감세 등 부양책을 통한 경기 급랭 방지에 중점을 둔 정부업무보고를 발표했다. 올해 성장률 목표치도 6.0~6.5%로 정해 ‘6% 지키기(바오류·保六)’를 마지노선으로 정했다. 6% 밑으로 성장이 떨어지면 한 해 1000만 명 정도의 신규 일자리 창출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실제 대규모 실업자 양산은 사회 안정을 가장 중시하는 시진핑 정권과 중국 공산당 존립에 중대한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중국의 올해 1분기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와 같은 6.4%를 기록해 더 이상의 추락은 막아냈다. 위기의식을 느낀 정부가 4조 위안(약 689조 원) 이상의 감세 및 인프라 투자 정책으로 성장을 뒷받침한 셈이다.

◇엇갈리는 전망 = 중국 경제의 미래는 더 불투명하다.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대체로 중국 정부가 ‘안정 속 발전(穩中求進)’과 ‘고품질 성장’을 통해 5~6%대의 중속 성장을 앞으로도 달성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린이푸(林毅夫) 베이징대 교수는 징지관차왕(經濟觀察網)에 “중국은 혁신을 통한 노동생산성 향상, 도농 및 국내외 시장 간 균형 발전, 녹색성장, 개방과 공유 등의 성장 이념을 바탕으로 향후 10년간 6%대의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한진 코트라 중국지역본부장은 9일 “중국이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온·오프라인 시장 통합 등 거대한 유통 혁명이 현재 중국 전체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 경제가 빠른 성장 둔화 속에 경착륙 우려가 커지면서 ‘중진국 함정’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경고음도 크다. 무엇보다 기업부채와 지방부채 등 부채 리스크가 발등의 불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중국은 부동산과 인프라에 대규모 재정 투입을 통한 고성장 정책을 유지했다. 그 덕분에 경제 덩치가 세계 2위로 급속히 커졌지만 무분별한 투자로 과잉생산 문제를 낳았다. 이는 고스란히 부채 급증으로 이어졌다. 2018년 2분기 기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155.1%로 주요 신흥국에 비해 2~3배 높았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기준 기업부채와 가계부채, 국가부채 등을 모두 합한 중국의 총부채는 219조1000억 위안(3경7800조 원)으로 GDP 대비 253.1%에 달했다. 2008년 138%의 2배 정도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은 성장이 느려지더라도 부채 증가를 억제할 것인지, 더 심각한 성장 둔화를 가져올 위험을 감수할지 선택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개혁 대신 국가자본주의 심화 = 또 다른 ‘아킬레스건’은 국유기업 문제다. 과잉생산과 비효율, 방만 경영으로 대표되는 국유기업 개혁이 지체되면서 위기를 키우고 있다. 임호열 경기대 교수가 펴낸 ‘2018년 중국경제 개혁개방 40년, 중국 경제의 현실과 진로’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중국 비금융 국유기업의 부채는 GDP의 1.3배(118조500억 위안)에 달했다. 기업 수는 1만8800개로 전체의 5% 안팎인데 고용과 고정자산 투자 비중은 각각 17%, 30%로 매우 크다. 수익을 못 내면서 정부 보조금이나 은행 대출로 연명하는 ‘좀비기업’은 2만여 개에 달한 것으로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추산했다. 국유기업 개혁의 시급성에도 불구하고, 시진핑 정권 들어 오히려 국유기업 주도로 경제를 운영하는 ‘국가자본주의’ 경향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특히 은행 대출 등에서 국유기업들에 혜택이 집중되면서 민영기업들은 위축되는 ‘국진민퇴(國進民退)’ 논란이 커지고 있다. 중국 민간기업들은 GDP의 60%, 전체 고용의 80%를 담당하지만 전체 기업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 정도에 그치고 있다. 리네트 옹 캐나다 토론토대학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시 주석의 권력은 국유기업 등 국가의 보호를 받는 부문을 장악한 ‘붉은 귀족’에게서 나온다”며 “그는 이러한 경제 이슈와 정면으로 대결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투신취안(屠新泉) 대외경제무역대학 교수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개혁·개방에서 개혁 과제는 정부의 권리와 국유기업의 권리, 정부의 경제에 대한 통제 등 예민한 문제와 관련돼 있어 상대적으로 진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치 불안정과 소득 불균형 등 사회적 갈등 양상도 중국 경제를 위협하는 리스크다. 베이징의 한 외국인 교수는 “시 주석이 ‘경성 권위주의’ 체제를 확립한 뒤 전제주의와 1인 독재로 갈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경직된 정치체제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치적 불안요소와 양극화, 실업문제 등이 경제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베이징=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