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의 거의 유일한 뒷배경 역할을 해주던 독일마저 ‘값비싼 실패’라는 내부 비판에 직면했다. 독일 유력 주간지 슈피겔은 최근 기사에서 ‘독일 통일만큼 값비싼 프로젝트가 되고 있다’며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 사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핵물리학에서 앞선 독일은 1950년대 말 독자 원자로를 개발하고, 1980년대엔 원자력 발전 비중이 30%대 중반인 원전 강국이었다. 그러나 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계기로 2000년대 초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로 돌아선 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사고를 보며 ‘2022년까지 모든 원전 폐쇄’로 강화했다. 그 결과 세계 1위 재생에너지 발전국이 됐지만, 대가는 컸다.

풍력·태양광 등 천수답 발전은 원전에 비해 효율이 극히 낮다. 독일 정부가 지난 5년간 209조 원을 재생에너지에 쏟아부었어도 수시로 프랑스 원전에서 생산한 전력을 사다 쓴다. 석탄 발전에 연연하다 보니 이산화탄소 배출 주범국이 돼버렸다. ‘재생에너지의 역설’이다. 유럽에서 가장 쌌던 전기요금은 지금 1위다. 2050년까지 최대 4455조 원을 더 투입해야 한다니 이게 끝이 아니다. 슈피겔은 ‘독일 국민은 비싸고, 혼란스럽고, 불공정하다고 여긴다’고 했다.

프랑스는 원전 비중을 2025년까지 70%에서 50%로 낮추려던 계획을 유보했고, 일본·대만은 탈원전 정책을 취소했다. ‘원전은 멸종 위기종’이란 일각의 지적과 달리 탈원전 국가들이 유턴하고, 10여 나라는 원전 보유국이 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문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올린다는 ‘3020’도 모자라 ‘2040년 35%’라는 목표를 내놨다. 이미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 시행 2년도 채 안 돼 우량 에너지 공기업 부실화, 산림 무차별 훼손, 원전 생태계 붕괴 등 후유증이 전방위로 터져 나왔다. 비과학적 미신에서 비롯된 탈원전은 전기료 인상으로 국민 부담을 키우고, 산업경쟁력도 약화시킬 것이다. 반세기 피나는 노력으로 세계 최고 기술 보유국이 되자마자 스스로 짓밟으려 한다. 지구상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국익 자해(自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