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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내기 승부’ 드라마

올 183경기서 20차례 나와
현 추세라면 60번 이상 가능
SK 5번·한화 4번·롯데 3번

타자들 ‘방망이’ 살아나고
마무리 투수 부재가 원인
감독·코칭스태프는 ‘죽을맛’

‘끝내기 승부’가 속출하고 있다.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프로야구 두산-KIA의 경기는 ‘끝내기 안타’로 승부가 갈렸다. 3-3으로 팽팽히 맞선 9회 말. 2사 주자 2루의 득점 찬스에서 타석에 선 두산 내야수 허경민이 KIA 투수 김세현의 4구째를 받아쳐 중견수 앞으로 총알같이 굴러가는 끝내기 안타를 뽑았다. 허경민은 끝내기 안타를 뽑아낸 뒤 그라운드에 쓰러져 승리에 기뻐 어쩔 줄 모르는 동료들로부터 ‘즐거운 뭇매’를 맞았다.

7일까지 183경기가 치러져 20차례의 ‘끝내기 승부’가 쏟아졌다. 이는 2018년 182경기 기준 14번, 2017년 185경기 기준 9번보다 늘었다. 현재 추세라면 올 시즌엔 역대 최초로 60번 이상의 끝내기 승부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3년간 끝내기 승부는 2018년이 59차례로 가장 많았고 2017년 52차례, 2016년 55차례였다. 역대 끝내기 승부가 가장 많았던 시즌은 2015년과 2018년으로 59차례였다.

올해 팀별로는 SK가 가장 많은 5번의 끝내기 승리를 연출했고 한화가 4번, 롯데가 3번, 두산·LG·NC가 2번, 삼성과 KIA가 1번의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키움과 KT는 올해 끝내기 승리가 없다. 올해 끝내기 안타를 가장 많이 때린 선수는 한화 김회성으로 4월 24일 롯데전, 지난 4일 KT전에서 2개의 끝내기 안타를 때렸다. 이 부문 역대 1위는 총 14개의 끝내기 안타를 때린 한화 정근우다.

올해 끝내기 승부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마무리 불안’ 증후군 탓이다. 봉중근 KBS 해설위원은 “키움(조상우)과 NC(원종현), 두산(함덕주) 등을 제외한 나머지 팀은 마무리 투수가 부진 혹은 부상으로 교체됐다”면서 “대체 마무리로 기용한 투수들의 볼넷 허용이 많아졌고 또 자주 난타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25일 1위 자리를 탈환한 뒤 줄곧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는 SK도 마무리가 고민. 시즌 전 마무리로 낙점한 김태훈이 연속 블론 세이브를 범하자, ‘집단 마무리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올해 데뷔한 ‘해외파 신인’ 하재훈이 최근 자신이 등판한 5차례 경기에서 4개의 세이브를 챙겨 주전 마무리를 꿰찰 것으로 내다보인다.

시즌 초반부터 하위권으로 처진 삼성(7위)과 KIA(8위), KT(10위) 등은 뒷문이 흔들려 울상을 짓고 있다. 삼성은 올해 14번의 역전패를 당해 이 부문 1위의 불명예를 썼다. 삼성은 우규민, 장필준을 더블 스토퍼로 기용했지만 7개의 팀 블론 세이브로 이 부문 1위다.

주전 마무리의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는 팀도 늘었다. 올해 12번의 역전패로 이 부문 2위인 KIA는 김윤동이 대흉근 미세 손상으로 지난달 18일 전력에서 이탈했다. 최하위인 KT는 김재윤이 7일 어깨 통증으로 역시 전력에서 빠졌다. 중간계투 정성곤이 임시 마무리를 맡고 있지만 7∼8회 확실하게 내세울 불펜 투수 카드가 없다. 또 시즌 초반 선전하고 있는 LG도 주전 마무리 정찬헌이 허리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져 고민이 깊다.

타자들의 살아난 파워도 끝내기 승부가 많아진 원인으로 분석된다. 올해는 KBO가 공인구 반발 계수를 낮추면서 ‘투고타저’ 시즌을 예상하는 이가 많아졌지만, 날씨가 풀리자 타자들의 방망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폭발하고 있다. 거포 타자들인 최정(SK)과 김재환(두산), 박병호(키움) 등이 최근 장타 페이스를 무섭게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최정은 5월에 치른 6경기에서 무려 4개의 대포를 쏘아 올렸다.

팬은 막판 극적으로 승부를 뒤집는 끝내기 승부가 많아지면서 짜릿한 즐거움을 누리지만, 코칭 스태프는 죽을 맛이다. 한 감독은 “최근 수년간 타고투저가 이어져 모든 팀이 뒷문 단속에 애를 먹었다”면서 “올해는 공인구 반발력을 줄였음에도 그 정도가 심하다”고 하소연했다.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