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휘문중학교 농구부 시절 최희암(왼쪽) 부회장. 최희암 부회장 제공

코트 밖에서 본 한국농구

한 대학 농구부 숙소 앞에 소녀 팬 수백 명이 장사진을 치고 있다. 이들은 ‘오빠’들이 모습을 드러내면 “꺅” 하는 비명을 쏟아내며 선수들에게 달려들었다. 한때 화제를 일으킨 TV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한 장면이다. 요즘 소녀 팬들의 중심에는 아이돌 그룹이 있지만, 1990년대만 해도 농구선수들의 인기가 최정상이던 시절이다.

“실제로 토요일 체육관에는 5000명이 넘는 여학생 팬이 몰려 우리가 훈련하는 것을 봤죠.” 그때 연세대 농구부를 이끌던 최희암 고려용접봉 부회장의 회상이다. 최 부회장은 인기 절정의 농구를 명실상부한 4대 스포츠로 우뚝 세우고 코트를 떠났다. 그러나 요즘 농구는 과거의 영광을 잃고 시즌 중에도 야구·축구와 같은 비시즌 스포츠에 스포츠 뉴스 메인 자리를 내주는 신세가 됐다.

최 부회장은 농구 코트를 떠나 중간지대에서 한국 프로농구를 바라보게 되면서 나무가 아닌 숲을 보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한국농구연맹(KBL)에 중국과의 교류를 넓힐 것을 당부했다. 중국 시장을 공략해야 농구팀들의 모기업이 더 많은 관심을 두고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농구가 우리보다 먼저 프로리그를 시작했을 만큼 농구의 인기가 어마어마합니다. 중국 사람들은 농구 없이는 못 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죠. 이런 중국과 우리 프로팀이 정규리그 몇 경기를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진행하면 국내 프로농구팀을 보유한 구단들은 중국에서 방송 중계로 큰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겁니다. 지금 우리 프로팀 구단들은 스포츠 구단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기보다는 사회환원에 무게를 두고 운영하고 있지만, 중국과 경기 교류만 성사된다면 구단주들도 홍보 효과를 위해 프로팀에 더 많은 투자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될 겁니다.”

‘경영인’ 최 부회장은 한국 프로농구도 동남아시아 농구 스타를 영입하는 등의 시스템적 보완책을 마련할 것을 제시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동아시아 국가 선수들을 영입하는 것처럼 우리도 동남아시아 농구 스타들을 전략적으로 영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그를 보기 위해 현지에서는 한국 농구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고 KBL에서는 중계권을 팔아 리그에 보탬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 농구도 ‘팬들이 알아서 찾아오겠지’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