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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이 ‘삼시 세끼’ 라면만 먹고 살아 세간의 화제가 됐던 할아버지에게 건강 선물을 전달했다.

농심은 오는 8일 어버이날을 맞아 30여 년을 농심 안성탕면만 먹고 살아와 화제가 됐던 박병구(91·사진) 할아버지의 강원 화천군 사내면 집을 찾아가 건강 선물을 전달했다고 7일 밝혔다. 농심은 1994년 박 할아버지 소식이 세상에 알려진 후 지금까지 26년째 안성탕면을 무상 제공하며 각별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박 할아버지가 라면만으로 세 끼니를 해결하게 된 것은 젊은 시절 앓았던 장 질환 때문이다. 박 할아버지는 1972년부터 어떤 음식을 먹든 토해 버리는 질병에 걸렸다. 의사는 장의 통로가 좁아져 음식을 소화할 수 없는 ‘장협착증’ 진단을 내렸다. 어려운 형편에 수술까지 했지만, 여전히 음식을 먹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박 할아버지는 “늦장가로 본 세 아이를 비롯해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살아야 한다는 마음이 간절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러던 어느 날, “라면을 먹으면 속이 확 풀어진다”는 지인의 말을 듣고 라면을 먹었는데, 뜻밖에 편안함을 느꼈다고 한다. 박 할아버지는 “거짓말처럼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함과 함께 오랜만에 포만감을 느꼈다”며 “이제 살았다는 생각과 삶의 희망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박 할아버지는 농심의 ‘소고기 라면’으로 ‘삼시 세끼’를 이어가게 됐다.

박 할아버지의 끼니는 소고기 라면에서 ‘해피라면’ ‘안성탕면’으로 이어졌다. 그가 안성탕면을 언제부터 먹었는지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안성탕면이 1983년 출시됐고 해피라면이 1990년대 초반 단종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30년 이상을 안성탕면만 먹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농심은 박 할아버지의 사연을 접한 후 1994년부터 안성탕면을 무상 제공해 오고 있다. 농심이 박 할아버지에게 전달한 안성탕면만 총 900여 박스에 달한다. 지금도 화천지역을 담당하는 농심 영업사원은 3개월마다 한 번씩 박 할아버지 집을 방문해 안성탕면 9박스를 전달한다.

올해 91세가 된 박 할아버지는 여전히 안성탕면 외 다른 식사나 간식은 먹지 않고, 하루 세 끼 안성탕면만 고집하고 있다. 다행히 노환으로 귀가 잘 안 들리는 것 외에 몸에 큰 이상은 없다고 한다. 라면도 직접 끓여 먹고, 일주일에 한두 번은 텃밭 관리도 한다. 다만, 젊었을 때 한 끼에 두 봉씩 먹던 라면의 양은 한 개로 줄였다.

정효진 농심 춘천지점장은 “박 할아버지가 안성탕면을 드시면서 건강하게 오래 사셔서 감사할 따름”이라며 “앞으로 계속 할아버지께 안성탕면을 제공해 드리고, 자주 찾아뵐 예정”이라고 밝혔다.

농심 관계자는 “안성탕면은 시골 우거지 장국 맛을 모티브로 개발한 제품”이라며 “된장으로 맛을 낸 구수한 국물이 박 할아버지가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었던 이유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