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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빈곤… 시청률 5% 출발
영화 ‘암살’ ‘밀정’과 배경 비슷
제작비 ‘200억 대작’ 명성 무색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작’이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단 MBC 드라마 ‘이몽’(극본 조규원·연출 윤상호·사진)이 베일을 벗었다.

‘김원봉 일대기’ ‘제작비 200억 원’ 등 시청자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 키워드를 가진 이 드라마의 첫 주 전국 시청률은 5∼6%(닐슨코리아 기준)로 나타났다. 전작인 ‘슬플 때 사랑한다’가 10%가 넘는 시청률로 마무리된 것을 고려했을 때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2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이몽’은 방송 초반부터 등장 인물의 성격을 선명하게 드러내며 긴박감 넘치는 전개로 흥미를 돋웠다. 일제강점기를 표현한 고증과 세트, 화려한 액션과 총격전 등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새로움이 부족했다. 대중은 이미 호평받은 영화 ‘암살’(1270만 명)과 ‘밀정’(750만 명)을 통해 이 시기 독립군과 일제, 그리고 그들의 부역자들의 이야기를 경험했다. 그런 대중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섬씽 뉴’(something new)가 필요했으나, ‘이몽’은 이를 제시하지 못했다. ‘암살’과 ‘밀정’이 각각 여성 독립운동가, 일본 경찰로 변절 후 다시금 독립군을 도운 한국인 등 실존 인물에서 모티브를 얻어 탄탄한 내러티브를 구축하며 차별화한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물론 스토리의 빈곤함은 등장 인물의 매력으로 채워질 수 있다. 그래서 ‘이몽’이 전면에 내세운 인물이 의열단장 김원봉이다. 김원봉은 ‘암살’과 ‘밀정’에서도 각각 배우 조승우, 이병헌이 특별출연 형식으로 맡아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기도 했다.

현재 정치권에서 독립 이후 월북한 김원봉의 독립유공자 서훈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이몽’이 그리는 김원봉에 대한 아쉬움은 남는다. 배우 유지태가 연기하는 김원봉은 의열단을 이끄는 리더보다는 변장에 능하고 직접 사건을 해결하는 ‘히어로’에 가깝다.

실존인물의 이름을 차용한 드라마를 만들면서 논란을 의식한 듯 정작 “김원봉 드라마는 아니다”라고 선을 긋는 제작진의 행태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 2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연출자인 윤상호 PD는 “‘김원봉’이라는 이름과 의열단장이라는 설정만 가져왔을 뿐, 김원봉의 일대기를 다룬 이야기가 아니”라며 “김원봉이라는 인물에 많은 독립운동가들을 투영시켜 드라마에 녹였다”고 설명했다.

역사를 다룬 드라마가 ‘성공’에 방점을 찍기 위해서는 재미와 의미, 둘 다 잡아야 한다. 시청자들이 공감할 만한 역사의식을 갖추되 극화된 드라마적 재미도 놓치면 안 된다. 이제 첫발을 내디딘 ‘이몽’의 갈 길이 먼 이유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