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주년(오는 10일)을 앞둔 2일 문재인 대통령은 사회 원로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다.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통합과 협치가 필요하다는 고언(苦言)을 쏟아냈지만, 문 대통령 반응을 보면 국정 기조를 바꿀 생각이 없어 보인다. 지난달 3일에도 경제 원로들이 “소득주도성장은 경제정책이기보다 인권정책” 등의 조언을 했으나 반영된 게 없는 것을 보면 이번에도 이벤트로 끝나지 않을까 걱정된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국정농단 등은) 빨리 진상을 규명하고 청산이 이루어진 다음, 그 성찰 위에서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 나가자는 데 대해서 공감이 있다면 그 구체적인 방안들에 대해 얼마든지 협치할 수 있다”고 했다. 야당이 반성하지 않는 이상 대화의 상대로 삼지 않겠다는 말로 들린다. 취임사에서 “2017년 5월 10일은 진정한 국민통합이 시작된 날” “저를 지지하지 않는 분들을 진심으로 섬기겠다”는 등의 약속과도 거리가 멀다. 문 대통령은 ‘적폐 청산 수사’에 대해 “살아 움직이는 수사에 대해서는 정부가 통제할 수도 없고 통제해서도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 지시로 각 부처에 ‘적폐청산TF’가 만들어져 먼지 하나까지 다 털다시피 했고, 문 대통령 자신도 일부 사안에 구체적으로 개입했다.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 돈 봉투 사건’‘박찬주 전 육군 대장 부부의 갑질 의혹’‘기무사의 계엄령 문건’‘김학의·고 장자연 사건’ 등 특정 사건을 적시했지만, 박 전 대장이나 이 전 지검장 사건은 무혐의로 끝났고, 국기를 흔든다던 계엄령 문건 사건도 결국 흐지부지됐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등이 “대통령이 정국을 직접 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문 대통령은 “과거 어느 정부보다 야당 대표들을 자주 만났다”며 ‘마이웨이’를 고수했다. 오히려 종북·좌파 프레임 비판 등 야당을 겨냥했다. 민정수석비서관이 야당을 자극하고, 국민청원 게시판은 야당 해산 청원 무대로 변질됐는데도 즐기는 모양새다. 오죽하면 노무현 대통령의 2기 비서실장이었고, 당시 문 대통령도 수석비서관으로 함께 일했던 김우식 전 부총리가 “계파의 대통령이 아니라 모두의 대통령”을 주문하고 “탕평과 통합을 통해 널리 인재 등용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