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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용 경제산업부 차장

독일의 통계학자 2명이 저술한 ‘통계의 거짓말’은 정부가 발표하는 숫자를 ‘동전의 양면 이론’으로 설명한다. 동전의 양면처럼 어떤 방향에서, 어떤 식으로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로 해석될 수 있는 게 통계라는 의미였다. 요즘 이 책을 다시 펼친 것은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추락했는데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은 튼튼하다”며 현실 감각이 부족한 경제관을 밝힌 게 계기가 됐다. 이런 식의 오독이나 왜곡이 여러 번이다. 대통령 심기 경호를 위해 왜곡된 자료를 올리는 참모들이 있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대통령은 “경제성장률도 2분기부터 점차 회복돼 개선될 것”이라고 했는데 이는 맞을 것이다. 2분기 경제성장률은 최악인 1분기 대비인 만큼 정부가 또다시 2분기에 작심하고 예산을 투입하면 성장률은 조금이라도 개선된다. 하지만 정부 투자가 줄어들자 마이너스로 돌아선 우리 경제를 과연 튼튼하다고 낙관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낙관한다면 이것이야말로 동전의 뒷면만 보는 것이다.

최근 한국은행 조사 자료 2개를 예로 들어보자. 한국은행은 지난달 30일 발표한 ‘2019년 4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두 달 연속 상승했다고 밝혔다. 착시다. 한은의 BSI는 매출액 240조 원대 삼성전자와 매출액 240억 원대 중소기업을 같은 비중으로 두고 산출한 것이다. 기업 매출액에 따라 차등해 산출하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제조업의 매출액 가중 BSI는 69로 거꾸로 지난 2월부터 급락했다. 불과 1년 사이 23포인트 추락했다. 또한, 26일엔 소비자심리지수가 7개월 만에 낙관론(지수 100 이상)이 우세해졌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지수를 구성하는 6개 지표 중 5개는 100 이하로 여전히 비관적인 태도가 우세하다. 6개 지표 중 소비지출전망만 110으로 나타나 전체 지수를 끌어올렸다. 그런데 소비지출전망 구성 품목 중 소비자심리 개선의 증거인 내구재, 의류비, 외식비, 교양·오락·문화비는 여전히 100 이하다. 반면, 교육비(102), 의료·보건비(113), 교통·통신비(109) 등 심리적·경제적 부담 품목은 높은 수치다. 가격이 오르고 소득이 줄어들더라도 소비할 수밖에 없는 품목에 대한 지출전망이 늘었다는 것과 낙관론이 우세하다는 것은 완벽한 동전의 양면이다.

기자는 지난 3년간 한은을 출입하며 혹여 자신의 발언과 조사 자료로 인해 청와대에 악영향이 미칠까 불안해하는 한은 관계자들을 자주 목격했다. 1분기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던 이주열 한은 총재가 문 대통령의 ‘2분기 낙관’ 발언이 나오자 “2분기 경제 지표가 나오면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한은은 외부에 중립성과 독립성을 요구하면서 그 태도는 전혀 중립적이지도 독립적이지도 않다. 경제가 꼬이는 조짐이 보이면 경고등을 켜주고 정부가 제대로 가도록 이끄는 것이 한은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이다. 그 과정에서 쓴소리도 필요하다. 동전의 이면에 숨겨진 위험한 신호와 함정도 찾아서 설명해야 한다. 해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은 고의 유무를 따지지 않는다. 영혼 없이 본업에 충실했던 관료도 비판받아야 한다는 것이 아렌트가 하고 싶었던 얘기였다.

my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