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가맹국별 국방예산

스페인· 벨기에 등 1%도 안돼
美도움받고 自國복지 확대추세
軍사기·전투력 저하 지적 일어

독일 외에도 유럽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맹국들의 국방비 지출은 크지 않은 편이다.

지난 3월 나토가 공개한 가맹국의 국방비 지출 내역에 따르면, 2018년 미국을 제외한 다른 가맹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지출은 1.51%로 전년 대비 0.04%포인트 증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나토에서 꾸준히 GDP 대비 2%의 국방비 지출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실제 지켜지고 있지 않은 셈이다. 실제 국방비 지출이 GDP의 2%를 넘는 국가는 미국을 제외하면 에스토니아, 그리스, 영국, 리투아니아, 폴란드, 라트비아뿐이다. 영국과 그리스를 제외하면 모두 최근 동유럽에서의 패권 회복을 노리고 있는 러시아와 인접한 국가들이다.

스페인(0.93%), 벨기에(0.93%), 룩셈부르크(0.54%) 등 유럽 내 부국(富國)은 가이드라인의 절반인 1%도 되지 않는다. 회원국인 아이슬란드는 군대 없이 해안경비대만 운용한다. 군 현대화 지수에 있어서도 나토의 기준인 국방비의 20% 이상을 장비 구입에 사용하는 국가는 전체 29개국 중 과반인 16개국 정도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발행하는 밀리터리 밸런스에 따르면 서유럽 나토 회원국들의 주력전차(MBT) 전력도 심각한 수준이다.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의 주력전차 대수는 900대가 채 되지 않아 5000대가 넘는 주력전차를 보유한 미국은 물론 2514대의 전차를 보유한 한국보다도 적은 수의 탱크를 보유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국방비 감소 추세를 보이면서 실제 군 기강이나 사기, 전투력 등도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네덜란드 공군 소속 F-16 기종은 훈련 중 자신의 벌컨포에 자신이 맞는 황당한 사고를 겪기도 했다. 네덜란드는 지난 2012년 기갑부대를 모두 폐지했고, 육군 3개 여단 중 2개는 독일군 사단에 배속돼 독일군 사령부의 지휘를 받고 있다. 안보 주권 일부를 자발적으로 독일에 이양한 셈이다. 당장 군 유지와 훈련에서 비용절감 효과를 거두기 위한 측면도 있다.

다른 나라도 사정은 비슷하다. 유럽 국가들이 자체적인 국방예산 및 군사력 증강에 돈을 쏟아붓는 대신 복지 예산으로 사용할 경우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나토에 가입한 이상 어차피 미국의 군사적 도움을 당연히 받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각국은 그 돈으로 지지층 확대 등 국내 정치에 활용하겠다는 계산이다. 지난해 5월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가 프랑스, 스페인, 영국, 독일 등 나토 가맹국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해당 국가 주민 중 약 70%는 러시아와 심각한 무력충돌이 발생하면 미국이 지켜줄 것으로 기대했다. 반면, “인접한 나토 동맹국이 러시아의 공격을 받으면 조약상 의무에 따라 그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사력을 사용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약 절반만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