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일제히 비판 목소리

가짜 뉴스와 여론 왜곡 논란에 휩싸인 국민청원 게시판을 청와대가 방치할 경우 심각한 민심 왜곡을 초래하고, 민주주의 원칙까지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2일 오전 현재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이 166만여 명의 동의를 받았다. 게시판에는 문재인 대통령 탄핵 청원도 올라왔다. 지난 4월 30일부터 시작해 이날 오전 10시까지 4만5000여 명이 동의했다. 더불어민주당 해산 청구도 27만여 명의 동의를 받았다. 공직선거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두고 여야의 대치가 극심했던 정치권 상황을 반영해 극단적인 주장이 청원 게시판을 지배하고 있고, 청와대가 주장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는 양상이다.

청와대는 △욕설·비속어 사용 △폭력적·선정적·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 표현 포함 △개인정보, 허위사실, 타인의 명예훼손 내용 포함 등 자체 삭제·숨김 처리 기준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이 같은 청원이 게시판에 계속 노출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청와대는 직접 민주주의의 한 수단으로 청원 게시판을 만들었다고 밝혔고,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위해 실명제 없이 여러 SNS 계정을 활용한 중복 로그인도 허용하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국민청원 게시판을 방치할 경우 청와대가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고, 삼권분립 원칙이 깨져버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법이 정한 정당 해산 사유와 관련 없는 해산 청원 등은 청와대가 삭제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도 “청원 숫자는 각 정당이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하지만, 민주주의 기본 원리인 정당 결사의 자유를 여론으로 좌지우지하겠다는 생각은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병채·김유진·손우성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