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2년도 안 돼 공(公)기업 등 공공기관 재정 건전성의 둑이 무너지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339개 공공기관이 1조100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2017년의 7조2000억 원보다 85%, 6조 원 넘게 격감했고, 2016년과 비교하면 14조 원 이상이 증발했다. 어닝 쇼크다. 물론 공공기관의 성격상 이익을 많이 내는 게 능사는 아니다. 하지만 민간기업 못지않게 최대한 효율성 있게 운영함으로써, 국민에게 더 값싸게 더 나은 혜택과 공공재를 공급하는 게 기본 책무다. 기본 수익성이 보장돼야 지속적이고 내실 있는 공공서비스도 가능하다. 문 정부 이후 공공기관의 재무구조 악화는 그 자체로도 심각한 일이지만, 주된 원인이 잘못된 정책의 뒤치다꺼리라는 점에서 2중으로 악성(惡性)이다.

공공기관은 이명박 정부 때까지 적자에 시달리다 박근혜 정부 들어 공공기관 개혁에 힘입어 흑자 전환했지만, 문 정부 들어 급전직하 중이다. 이념에 경도된 반(反)시장·포퓰리즘 정책이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을 부추긴 결과다. 지난해 적자 전환한 한국전력·한국수력원자력은 2년 새 각각 8조3228억 원, 2조5741억 원의 수익을 까먹었다. 탈원전 직격탄에 우량 에너지 공기업이 부실기업으로 전락한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3685억 원 흑자에서 1년 만에 3조8954억 원 적자로 급전한 것도 ‘문재인 케어’ 여파다.

지난해 공공기관 정규직 평균 연봉은 6798만 원으로 직장인 평균의 2배에 육박한다. 실직 걱정도 없는 ‘철밥통’이다. 이런 ‘신의 직장’ 임직원이 지난해 말 38만3000명으로 1년 새 3만6000명이 더 늘었고, 이 중 2만4000명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 수혜자다. 공공 부문에서 억지로 일자리를 만들고, 그것도 정규직으로 늘렸으니 인건비는 급증할 수밖에 없다. 문 정부는 출범 한 달 만에 성과연봉제도 폐지해버렸다. 전문성과 무관한 낙하산 기관장들은 노조의 위세에 눌려 요구를 들어주기에 바쁘다. 공공기관의 부실화는 공공요금 인상, 세금 보전 등으로 결국 국민이 떠안게 된다. 공공 부문이 득세하면 민간 활력은 위축된다. 시장형 공기업의 민영화를 포함해 과감한 공공개혁에 다시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