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홈페이지가 정쟁(政爭)의 전장(戰場)이 되고 있다. ‘패스트트랙 4당’이 국회법에 어긋나는 사·보임까지 강행하며 선거구제와 문재인 대통령 공약사항 입법을 ‘패키지 딜’을 통해 긴급처리 절차에 돌입하면서 4여1야 충돌이 정치적 내전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와중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 글에는 1일 오전 150만 개 가까운 ‘동의’ 클릭이 이뤄졌다. 맞대응 성격의 ‘더불어민주당 해산 청원’도 20만 클릭을 넘겼다.

청와대 게시판의 이런 모습은 정상이 아니다. 정당 해산 청원은 중대한 문제다. 최고 권부에 해산 청원을 하려면 어느 정도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그런데 10행에 불과하다. 청원법은 청원 요건과 대상 등을 자세히 명시하고 있다. 법적 청원과는 다른 온라인 글쓰기일지라도, 청와대에 게시된 정당 해산 청원이라면 어느 정도 근거를 갖춰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청와대가 양해를 구하고 삭제하는 게 옳다. 청와대 게시판도 3권분립을 훼손할 여지가 있는 청원, 중앙 정부의 역할과 책임을 벗어난 청원 등을 ‘답변이 어려울 수 있는 경우’로 적시하고 있다. 이런 문제들 이전에 청와대 게시판은 ‘온라인 신문고’로서 억울한 사연이나, 획기적 정책 제안 등에 실명을 전제로 게시토록 하는 게 타당하다.

그런데 청와대와 여당은 국민 여론의 반영이라도 되는 양 즐기고 부추기는 것 같다. 청와대는 오는 22일까지 계속 게시할 방침을 밝혔고,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은 연일 야당을 자극하는 ‘페북 정치’에 열 올리고 있다. 두 정당 해산 청원이 모두 이미 20만 건을 넘긴 만큼 청와대는 답변하겠지만, 뻔할 것이다. 해산 동의 클릭은 한 사람이 여러 번 할 수 있는 데다 드루킹 사건처럼 조작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여당 의원들이나 청와대 일각에서 마치 수백만 명이 동의한 것처럼 부풀리고 ‘1000만 명 청원 동참’을 독려한다. 국정의 무한책임을 지기는커녕 여야 대결을 조장하는 위험한 행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