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원길 바이네르 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바이네르 효도잔치’에서 사회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매년 2억원 들여 ‘어르신 효도잔치’ 13년째 이어온 김원길 대표

“올해 언제 하냐 어르신들 전화
이젠 안하고는 못 배기게 됐죠”

“진짜 부자는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얻고 소통하는 사람입니다. 많은 사람이 좋아하고 많은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어야 진짜 부자지요.”

매년 2억여 원을 들여 전국을 순회하며, 한 해 3600여 명의 어르신을 위한 효도잔치를 13년째 이어오고 있는 김원길(58) 바이네르 대표는 구두업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고향인 충남 당진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뒤 무일푼으로 상경해 이탈리아 구두업체 바이네르의 상호를 인수하고 구두업계의 대표주자가 되기까지 그의 삶은 파란만장 그 자체다. 케리부룩 지사장과 안토니 대표이사 등 구두 이력도 화려하지만,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더 큰 이유는 효도잔치 등 사회공헌을 끊임없이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3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1000여 명의 어르신을 초청해 효도잔치를 열었다. 설렁탕 등 식사와 과일을 대접한 뒤 무대에 올라 직접 사회를 보며 가수 김성환, 평양설경예술단, 바이네르 중창단 등과 함께 즐겁고 흥겨운 공연을 선사했다. 2시간여의 공연이 끝난 뒤에는 참석자 전원에게 자사의 고급가방도 선물했다.

그의 효도잔치는 이날만 열린 게 아니다. 앞서 경기 일산, 부산, 광주, 경기 평택 등지에서 잔치를 벌였다. 다음 달 23일에는 충남 당진에서도 어르신들을 모실 예정이다.

“궁핍했던 어릴 적에 동네 할아버지께서 ‘매일 생일이고 잔치였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던 게 계기가 된 거 같아요. 상경 후 처음에는 공사판에서도 일해봤는데, 장마철엔 비만 오면 ‘노가다’(막일)가 없더라고요. 안 되겠다, 싶어서 비가 와도 할 수 있는 구두 기술을 배웠지요. 그 시절 배를 곯았던 기억이 저를 이렇게 이끄는 거 같기도 해요. 어제 평택 잔치 때는 800분, 부산은 400분이 오셨어요. 1년 전체로는 3600분 정도 된다고 들었습니다.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는데 안 할 수가 없죠.”

그는 “이맘때가 되면 어르신들께서 전화가 빗발치는데 ‘올해는 언제 하느냐, 회사가 어려워서 안 하느냐, 망했냐’고 물어보시는 분도 많다”며 “이제는 안 하고는 못 배기게 됐다”고 껄껄 웃었다. 그러나 사실 그는 “회사가 어려울 때는 빚을 내서 효도잔치를 한 적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구두 인생 43년째인 김 대표는 군부대 위문은 물론 2년 전 경북대에 개설된 ‘김원길 창업스쿨’에서 강의를 하고, 장학금도 지급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세계 창업경진대회 같은 데 나갈 때는 비용도 보조한다. 그는 “효도잔치는 어떤 일이 있어도 지속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윤림 기자 bestm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