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여당에 동조하는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29일 심야에 3개 안건에 대한 신속처리(패스트트랙) 법안 지정을 강행했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패스트트랙 4당’은 최장 330일, 최단 180일 동안 자유한국당을 압박할 것이다. 3개 야당은 사소한 현안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겠지만, 최대 이슈에서 정치적 공동운명체를 형성함으로써 총선을 11개월 남짓 앞두고 ‘4여1야’의 신(新)정국 구도로 뒤집혔다. 이런 급변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격렬한 반발 역시 예상된 선택일 것이다.

패스트트랙 강행은 서로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정치적 내전(內戰)’상황으로 치닫게 만들었다. 민주당은 한국당을 불법·난동 집단으로 규정했으며, 청와대 게시판에는 한국당 해산 청원이 100만 명을 넘겼다. 이에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패스트트랙은 원천 무효”라고 선언하고, “의회 쿠데타에 성공해 독재를 위한 마지막 퍼즐을 완성했다”면서 “좌파 독재에 맞서 저를 하얗게 불태우겠다”고 밝혔다.

우선, 패스트트랙은 정치적으로는 유효할지 모르지만, 3중의 불법(不法) 위에 올라탄 셈이어서 언제 탈선할지 모른다. 29일 상황만 해도 그렇다. 당내 반발에 부닥친 김관영 원내대표가 4당 합의안과는 다른 소위 ‘권은희 안’이라는 별도의 공수처법을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올려 이중 지정한 것은 법 제정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른다. 패스트트랙은 특정교섭단체 반대로 상정이 불가능할 경우, 5분의 3 찬성으로 강행하게 하는 취지인데, ‘권은희 안’ 상정은 이에 위배된다. 이런 식이면, 발의된 모든 안건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할 수 있게 된다. 민평당이 갑자기 찬성으로 돌아선 것이나, 바른미래당 호남계가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것은 호남 공천과 관련이 있다는 ‘밀약설’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연계한 ‘법안 거래’는 잘못된 일이고, 바른미래당 권은희·오신환 의원의 강제 사·보임은 국회법 위반이다. 바른미래당이 3분의 2 찬성인 ‘강제 당론’ 당헌·당규를 어겨 당론 채택을 몰아붙인 것도 불법이다. 그럼에도 여권이 밀어붙인 데에는 이해찬 대표의 ‘보수궤멸론’처럼 4당이 내년 총선에서 과반을 확보하고, 보수세력을 고립시키려 한다는 의심을 살 만하다. 국정의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집권 세력이 이런 식이면 나라의 앞날이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