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학계를 대표하는 지성들이 문재인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을 비판하고 규제 혁파를 주문했다. 한국경영학회·한국경제학회·한국정치학회가 26일 ‘정부인가? 시장인가?’를 주제로 연 융합 대토론회에선 “정부가 시장을 원하는 방향대로 끌고 갈 수 있다는 착각부터 버려야 한다”는 등의 지적이 쏟아졌다. 최저임금 과속 등 시장 통제, 정부가 만드는 일자리, 국민연금을 통한 경영 개입, 금융권 장악, 부동산 시장 직접 조정 등은 예시된 구체적 형태다. 3개 학회가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 것부터가 문 정부의 반(反)시장 행보가 심각한 수준이고, 한국 사회의 전 분야에 걸쳐 폐해가 커지고 있다는 위기감의 발로일 것이다.

“정부 실패를 시장 실패로 전가하는 한국 정치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문은 정곡을 찌른다. 치열한 혁신 경쟁을 벌이는 경쟁국들과 달리 홀로 시장 개입에 몰두한 결과는 참담한 경제성적표다. 무역전쟁을 벌이는 미·중도 1분기 각각 3.2%(연율 기준), 6.4%의 깜짝 성장률을 기록했는데도 한국은 -0.3% 역성장으로 충격을 줬다. 성장을 지속할 설비투자가 외환위기 이후 최악으로 추락한 것이 결정타였다.

정부가 나서 시장이 감당 못 할 만큼 임금을 올리고, 근로시간 강제와 과잉 안전 규제로 생산을 옥죄고, 편협한 논리로 경영권을 흔드니 기업들은 어쩔 수 없다. 지난해 국내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는 약 55조 원으로 1년 새 10% 가까이 급증했다. 일자리도 동반 탈출했다. 과잉 규제가 낳은 탈(脫)한국 행렬을 되돌리지 못하면 경제 회생은 어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