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의 영광 되찾자”… 수제맥주 인수한 진주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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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조양상선 손자 박정진 대표 ‘카브루’ 투자 등 사업 다각화

편의점과 수제 맥주 판매 협약
내달부터 시작 올 30만캔 목표

진주햄, 베트남서 100억 매출
공장 새로 짓고 올해는 400억

금융서 활동하다 2013년 합류
동생과 경영다툼없이 성장일궈

한진해운, 현대상선과 함께 국내 해운업계의 ‘3대 트로이카 체제’를 구축하며 한때 재계 서열 30위권까지 올랐던 조양상선그룹. 국내 대표 해운사로 보험사와 진주햄 등 여러 계열사를 거느리며 사세를 확장해 오던 조양상선그룹은 그러나, 1998년 외환위기의 유탄을 맞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21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조양상선 창업주인 고 박남규 회장의 손자들이 ‘가문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천하장사’로 유명한 가공육 전문기업인 진주햄의 박정진(45·사진) 대표가 주역이다. 박 대표는 지난 2015년 수제 맥주 기업인 ‘카브루’(KABREW)를 인수하고 이를 통한 사업 다각화에 집중하고 있다.

박 대표는 29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GS25 편의점과 협약을 맺고 수제 맥주를 본격적으로 판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세법이 종량세로 전환된다는 것을 전제로 500ml 수제 맥주를 ‘1만 원에 3캔’에 공급하기로 했다”며 “5월 말부터 판매를 시작해 올해 30만 캔 정도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정했다”고 강조했다.

한국수제맥주협회 부회장도 맡고 있는 박 대표는 정부의 주세법 개편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격에 세금을 물리는 종가세는 좋은 맥주를 만들기 위해 설비와 인력 투자를 할수록 세금이 더 올라가는 모순이 있습니다. 특히, 종량세로 전환되면 ‘4캔에 1만 원’하는 수입 맥주가 사라질 것이라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앞으로 5년 내 수제 맥주 회사가 350개 쯤 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 직접고용만 6000~7000명에 달할 정도로 고용창출 효과가 뛰어납니다. 수제 맥주 인터넷 판매 허용과 국산 농산물 재료 이용에 대한 세금 인하 등의 혜택만 주어지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그는 진주햄에 대한 경영전략도 새롭게 제시했다. 박 대표는 “지난해 진출했던 베트남 시장에서 1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며 “올해는 새 공장 건립과 신제품 출시 등으로 400억 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애초 박 대표는 가업을 잇기보다는 전공을 살려 자신의 진로에 집중했다. 서울대와 미국 로체스터대 MBA를 마친 후 삼성증권과 씨티그룹 등 금융권에서 활동했다. 그러다 2006년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동생인 박경진 씨가 먼저 진주햄에 들어와 조종간을 잡았다. 2010년 부친인 박재복 회장이 별세하자 2013년 진주햄에 합류해 동생과 손을 잡고 회사를 일신하는 데 집중했다. 형제는 경영권 다툼이 전혀 없을 정도로 우애가 두터운 것으로 전해진다. 박 대표는 “동생이 입사했을 때가 진짜 어려웠을 때이고, 제가 왔을 때는 그래도 좀 나은 시절이었다”며 “회사를 영속적으로 이끌 방향을 동생과 함께 많이 고심했고, 카브루 투자 등도 회사의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