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스페인 극우 정당 복스(VOX)의 산티아고 아바스칼(가운데) 대표가 28일 마드리드에서 총선 직후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조기총선‘개표 99.9%’결과

‘분리독립 반대’민족주의 호소
1975년 민주화 된 이후 ‘최초’

중도좌파黨 제1당 유력하지만
과반 못미쳐 이합집산 불보듯

28일(현지시간) 치러진 스페인 조기 총선에서 ‘스페인 민족주의’를 내세운 극우정당 복스(Vox)가 1975년 민주화 이후 최초로 원내 진입에 성공했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노동당(PSOE)은 우파 국민당(PP)을 누르고 제1당에 올랐는데 의석 과반 확보에는 실패했다. 어느 정당도 과반 의석을 가져가지 못함에 따라 정부 구성을 놓고 정파 간 이합집산이 이어질 전망이다.

29일 AP·dpa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99.9%까지 개표가 진행된 현재 사회노동당이 29%의 득표율로 전체 350석 가운데 123석을 확보했다. 사회노동당은 현재 84석에서 39석을 추가해 원내 최대 정당으로 도약했다. 반면 현재 134석의 제1당인 국민당은 66석(16.7%)을 차지하는 데 그쳐 2당으로 내려앉았다. 중도우파 성향의 시민당(Ciudadanos)은 현재보다 25석이나 더 많은 57석(15.8%)을 가져갔고, 급진좌파 포데모스는 42석(14.3%)을 차지했다. 극우성향 복스는 10.2%로 24석을 확보하면서 창당 5년 만에 원내에 입성했다.

이번 총선에서 주목할 지점은 극우정당 복스의 약진이다. 스페인에서 극우정당이 중앙과 지방을 아울러 의회에 진입하는 일 자체가 1975년 민주화 이후 처음이다.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의 오랜 철권통치에 신음한 스페인에서는 극우가 의회에 진출하지 못해왔다. 2013년 국민당의 보수우파 색채가 뚜렷한 인사들이 떨어져나와 창당한 복스는 ‘스페인을 다시 위대하게(Make Spain Great Again)’를 내세우며 카탈루냐의 분리독립 반대, 포용적 이민정책 반대, 반무슬림, 낙태법 강화, 가정폭력 방지법 등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는 특히 카탈루냐 독립추진에 강경한 반대 목소리를 높이며 스페인 민족주의에 호소한 전략이 주효했다. 우파 유권자들은 카탈루냐 독립선언 당시 국민당을 대거 이탈해 복스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럽에 불어닥친 강력한 극우·포퓰리즘의 기류를 스페인이 비켜나지 못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날 스페인 조기 총선은 지난해 6월 집권한 사회노동당이 국정과제를 추진하면서 소수내각이라는 한계에 계속 직면하자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고심 끝에 선택한 카드였다. 이번 총선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연정 상대로 급진좌파 포데모스와 카탈루냐 민족주의 소수 정파를 규합하거나, 중도우파인 시민당과 연합하는 방안 등 다양한 방안이 관측된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