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화곡동 여아 학대치사 위탁모’ 징역17년 선고

“무기징역 선택형 양형규정
국민 법감정에 미치지 못해”

선고 내내 눈물 훔치던 유족
“하늘서 편히 쉬라” 판사 말에
슬픔 못이기고 끝내 오열

법조계 “앞으로도 중형선고를”

법원이 26일 생후 15개월 된 여아를 학대해 숨지게 한 베이비시터(위탁모) 김모(39) 씨에게 징역 17년이라는 이례적인 중형을 선고한 배경엔 오랜 기간 심각한 사회문제로 이어져 온 아동학대를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판부는 “아동학대치사죄의 법정형에 무기징역형이 선택형으로 규정된 점을 고려했으며 대법원 양형기준은 국민의 법감정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고 내내 눈물을 훔치던 유족들은 재판부가 “이곳에서의 아픈 기억을 잊고 부디 하늘에서 편히 쉴 수 있기를 조심스럽게 희망한다”며 피해 아동의 명복을 빌자 끝내 오열을 터트렸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 12부(부장 오상용)는 이날 아동학대처벌특례법위반(아동학대치사)과 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김 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하며 김 씨의 행동이 아동의 정서 및 건강에 영구적인 상처를 남길 수 있어 성인보다 엄격한 처벌과 교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두운 표정으로 재판장에 나타난 김 씨는 시종일관 고개를 숙이지 않은 채 판사를 응시하는 모습이었다.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본 유족들은 선고가 시작되자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재판부가 “피해 아동이 꿈과 희망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유명을 달리했고, 부모가 겪은 심적 고통은 감히 헤아릴 수 없다” “직장에서 일하는 엄마와 아빠는 깊은 좌절과 함께 두려움과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하자 유족들의 울음은 더욱 커졌다. 선고 후 피해 아동의 어머니는 “다른 아동학대 사건보다 형이 많이 나오기는 했지만, 저희는 양형이 더 세게 나왔으면 한다”며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는 이런 일에 형량이 작아서 더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해 7월 날로 포악해지는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 관련 양형기준을 강화했다. 양형위는 학대를 받은 아동이 숨졌을 때 적용하는 아동학대치사죄에 대해 형량 상한을 9년에서 10년으로 올렸으며, 특별조정까지 더하면 최대 징역 15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7월 강서구 화곡동의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재운다며 생후 11개월 아이를 엎드리게 한 뒤 이불을 덮고 몸으로 눌러 숨지게 한 교사 김모(60) 씨 사건과 비교된다. 당시 재판부는 김 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는데 이를 두고 “지나치게 관대한 판결”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법무법인 온세상의 김재련 대표변호사는 “아동은 피해 사실을 알릴 언어 능력도 미약하기에 가장 중한 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우성·이희권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