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올 2, 4월 두차례
마케팅 예산 10~20% 줄여

‘실적 악화할 상반기까지는 최대한 비용을 줄여라.’

국내외 경기가 악화되면서 어닝쇼크(실적 충격)를 맞은 대기업들이 긴축 경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에서 가전과 스마트폰을 만드는 세트(완제품) 사업부는 올 2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서 광고와 마케팅 예산을 10∼20%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와 마케팅 행사도 우선순위를 정해 당장 눈에 띄는 효과가 없는 활동이나 기존 행사 규모도 대폭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세트사업부 외에 삼성전자 서비스, 삼성디스플레이 등 자회사에도 시급하지 않은 투자와 고정비용을 줄이라는 지침이 내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경우 매년 서울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대규모로 열던 스마트폰과 냉장고, 에어컨 등 신제품 공개행사를 모두 없애고 간소한 행사로 대체하고 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전체 실적을 견인하던 반도체 성장세가 꺾이면서 올해 실적이 ‘상저하저(上低下低)’로 이어지다가 내년 1분기에나 반등할 것이란 비관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올해 실적에 대한 위기감은 지난해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에 이미 반영됐다. 당시 삼성전자는 임원 승진을 최소화하고 기존 조직을 흔들지 않은 채 반도체·부품(DS) 부문에 경영지원실을 신설했다. 이는 올해 반도체 실적 악화에 따른 위기 경영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됐다.

‘메모리 반도체 쇼크’를 맞아 1분기 실적이 전년 대비 3분의 1 토막 난 SK하이닉스는 올해 ‘감산’에 착수했다. 메모리 반도체가 ‘거래 절벽’ 상태에 처하면서 신규 수요가 거의 사라진 탓이다. LG디스플레이도 지난해 1분기에 6년 만에 첫 영업손실을 내면서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한 뒤 하반기에 흑자를 기록했으나 올 들어 다시 실적 부진에 빠지면서 위기감이 높아진 상태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