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속 가득한 사투리… 자갈치 시장이 눈앞에 펼쳐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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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두 / 정희선 글·그림 / 이야기꽃

사투리로 쓰인 소설이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어도 사투리로만 쓰인 동화를 선택하는 일은 꺼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말을 배우는 어린이에게는 이른바 ‘표준어’를 읽혀야 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표준어는 완전히 새롭게 만든 말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선어학회에서 1933년에 ‘한글맞춤법통일안’을 내놓았고 이후 이 방안의 총론 제2항에 “표준말은 대체로 현재 중류사회에서 쓰는 서울말로 한다”는 규정이 있다. 표준어를 정한 목적이 의사소통의 편리함이나 언어 공동체로서 정체성의 유지를 위한 것이므로 국어교육의 측면에서는 표준어를 배우는 것에 중요한 의미를 둘 수 있다. 그러나 문학을 접한다고 생각하면 어린이에게 표준어로 쓰인 문학만 주어지는 것은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매우 제한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일이다. 또한 해당 지역의 어린이들에게도 여간 아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이 널리 알려지면서 동화에서도 각 지역의 사투리를 만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림책에서는 아직도 사투리를 만나는 일이 쉽지 않다. 정희선의 그림책 ‘막두’는 이런 현실에 정신이 번쩍 들도록 정감 있는 사투리의 매력을 끼얹어주는 속이 시원한 작품이다. “안 살라면 그냥 가이소, 마! 사지도 않을 거면서 멀라꼬 도미만 꾹꾹 눌러 쌌노!”라고 하는 막두 할매는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일한다. 말하는 사람이나 되받는 사람이나 짙은 부산 사투리를 쓴다. 자갈치시장을 청각은 물론, 후각까지 옮겨 놓은 것처럼 재현한 작가의 공간 묘사는 눈초리까지 부산 사람 그대로인 등장인물들의 표정과 함께 장면마다 펄떡이는 생생함을 전해준다. 금태처럼 자갈치시장에서 볼 수 있는 제철 생선들을 구체적으로 그려 넣은 것은 물론, 흥청거리는 목소리의 향연, 거침없는 팔다리의 움직임까지 생존의 터전으로서 자갈치시장의 멋이 살아있는 그림책이다.

전쟁 중에 영도다리 앞에서 부모님과 헤어진 막두 할매의 어린 시절 사연은 많이 들었던 이야기인데도 흑백의 그림과 함께 숙연함을 느끼게 한다. 영도다리처럼 대단하게 살아온 막두 할매의 모습은 독자에게도 뿌듯한 감동을 준다. 할매들이 유튜브에서도 활약하는 시대다. ‘막두’도 그런 활약의 대열에 합류할 것 같아 기대가 된다. 40쪽, 1만6000원.

김지은 서울예대문예학부교수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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