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최악(最惡)의 경제 성적표를 받았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은 전분기 대비 -0.3%로 역성장했다. 2008년 4분기 이후 41분기, 10여 년 만의 최저다. 그때는 금융위기라는 외풍이 몰아친 상황이었다면, 지금은 글로벌 경제가 호조를 이어왔다는 점에서 내부 요인이 결정적이다. 1분기 설비투자는 -10.8%로 외환위기 이후 84분기 만에, 제조업은 -2.4%로 금융위기 이후 40분기 만에 최저로 고꾸라졌다. 수출은 올 들어 줄곧 뒷걸음이다. 성장의 견인차 수출·제조업이 부진하고 투자까지 막히면 어찌할 도리가 없다. 한은은 1주일 전 올 성장률 전망치를 2.6→2.5%로 낮췄고, 나라 안팎의 예측기관도 2%대 초반까지 내리고 있다. 1분기에 마이너스 쇼크가 닥친 상황에서 정부 목표치 2.6∼2.7%는 아득하다. 한국경제의 주력 엔진이 망가지고 있음에도 이대로는 반전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은 더 근원적 문제다.

현실로 닥친 저성장 재앙은 문 정부가 자초한 것이다. 경쟁국들이 제조업 부흥을 위해 기업 투자를 전폭 지원하고, 혁신산업 선점에 사활을 걸고 있는 동안 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이란 가짜 성장전략을 내세워 거꾸로 갔다. 최저임금 과속, 근로시간 단축 강제, 법인세 인상 등으로 기업 비용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경쟁력은 후퇴했다. 그뿐 아니라 반(反)기업 정책으로 경영권을 흔들고, 산업안전보건법 등을 강화해 생산활동마저 옥죄어 왔다. 기업이 투자를 줄이거나 외국으로 눈길을 돌리면서 고용 참사, 양극화 심화로 이어졌다. 그 후유증을 천문학적인 세금 투입으로 분식(粉飾)해왔지만, 그마저도 어쩔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셈이다.

‘가보지 못한 길’을 가겠다며 국민을 실험 대상으로 삼았던 문 정부 경제정책은 곧 나아질 거라는 장담과 달리 파탄에 이르렀다. 24일엔 6조7000억 원을 투입하는 추경안을 내놓았지만, 기껏 성장률을 0.1%포인트 올릴지조차 의문이다. 과도한 세금 퍼붓기 정책은 민간을 위축시켜 성장 기반을 훼손할 뿐이다. 과감한 규제·노동 개혁으로 경제 체질을 바꾸고, 신산업을 적극 키워 한국경제의 중장기 성장을 모색하는 일이 급하다. 실패한 정책의 폐기는 빠를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