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을 펴낸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가 24일 돈황과 실크로드의 답사여행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펴낸 유홍준

隊商은 돈 벌기 위해 오갔고
불자는 불경 얻으려 떠난 길

문명교차 돈황·실크로드 출발
내년 봄엔 서역답사기 펴낸 뒤
시안·단둥 등 구석구석 담기로

“기행문 아닌 답사기라 인기?
그저 유익한 정보 주고싶을뿐”

“저의 답사기를 따라 독자들도 저처럼 유익하고 재미있게 즐기고 인생도 느꼈으면, 하는 생각으로 써왔어요. 그게 시들지 않는 인기의 비결 아닐까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국내편(전 10권)과 일본편(전 4권)의 누적 판매부수 400만 부를 넘으며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길을 열어온 유홍준(70) 명지대 석좌교수가 15권째에 중국으로 건너갔다. 중국이야 예상은 됐지만, 국내편이 ‘해남·강진’에서 시작되고 일본편이 ‘규슈’에서 시작됐듯 예상 밖의 장소로 어디가 선택될지가 관심이었다.

24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전 2권) 기자간담회에서 유 교수는 “중국의 5대 고도(古都)를 중심으로 시작하면 중화주의 혹은 사대주의 시각이 나올 것이고, 동북 3성을 다루면 애국주의를 강조할 것 같았다. 그래서 중국을 동아시아 전체에서 어떻게 바라볼까를 우선 생각했다”며 “동(東)과 서(西)의 연결고리이자, 중국으로서는 우리와 같은 오랑캐로 보던 지역, 중국문명이 태동한 곳일 뿐 아니라 여러 민족이 서로 투쟁하면서 문명의 교차로 역할을 해온 돈황(敦煌)과 실크로드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술사를 강의하면서 막고굴(莫高窟)에 대해 수없이 논했지만, 정작 돈황은 작년에 처음으로 갔다”고 했다. 그는 “실크로드를 보면서, 이 죽음의 길을 뚫은 힘은 돈과 종교였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대상(隊商)은 돈을 벌려고 실크로드를 오갔고 불자는 불경을 얻으려고 길을 떠났다”며 “돈과 종교가 인간 역사의 가장 강한 에너지였던 셈”이라고 말했다.

‘돈황과 하서주랑 : 명사산 명불허전(鳴不虛傳)’의 부제가 붙은 중국 1권은 ‘사기’와 ‘삼국지’의 무대인 ‘관중평원(關中平原)’에서 시작해 ‘하서주랑(河西走廊)’을 따라가다 돈황의 명사산(鳴砂山)에 이르는 2000㎞의 여정이다. 2권 ‘막고굴과 실크로드의 관문:오아시스 도시의 숙명’은 불교미술의 보고이자 중국 3대 석굴(石窟)로 꼽히는 이른바 ‘막고굴’ 곳곳을 살피는 한편, 그곳에서 발견된 돈황문서의 다난한 역사를 실었다. 본격적인 실크로드 답사를 기약하며 옥문관·양관 등 실크로드의 관문들을 탐사한다.

유 교수는 돈황과 실크로드의 규모와 아름다움을 칭송하면서도 “막고굴을 다 둘러봐도 경주 석굴암처럼 아름답지는 않았다. 그들에게 석굴사원 전통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세계유산에 등재된 산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을 여행하면서 왜소함이나 열등감을 느낀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는 동아시아에서 당당한 지분을 가진 주주국가”라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늦어도 내년 봄까지는 카슈가르에 이르는 서역 답사기를 3권으로 펴낸 다음 중원의 시안과 뤄양,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있던 도시들, 수려한 정원이 있는 강남 지방, 단둥에서 청더에 닿는 연행길을 쓸 계획이다.

그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오랜 인기 비결에 대해 “작가의 감정이 실린 기행문이 아니라 문화유산을 서술한 답사기이고, 미술사에 역사·문학·사상·자연에 관한 이야기를 버무린 점이 베스트셀러 이유라고 다른 사람들이 평가했다”며 “나는 그저 여행 가서 재미있게 보고 느낀 점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유익한 정보도 주고자 썼을 따름”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올해 70세이지만, 체감하는 나이는 52세쯤 되는 것 같다”며 “답사를 자주 해서 많이 걷고, 낙천적인 성격이 건강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