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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회경 경제산업부 차장

2014년 11월 중국 주하이(珠海)에어쇼에 참가한 미 공군 관계자들은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중국의 스텔스 전투기 ‘J-31’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미국의 최신예 전투기 ‘F-35’와 외양이 너무 흡사했기 때문이다. 특히 기체 양 측면 공기 흡입구 형상은 베낀 듯 똑같았다. 물론 기체 뒷부분의 경우 엔진 배기열이 그대로 노출돼 있어 스텔스 기능 구현에 의구심을 갖게 하는 수준이었지만 중국이 해킹으로 미국의 스텔스 기술을 빼냈다는 의혹이 현실로 굳어지는 순간이었다. 미국은 즉각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고 F-35를 제작한 록히드 마틴 협력회사 컴퓨터가 해킹당한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이는 2013년 미 국가안보국(NSA) 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 내용 가운데도 나온다. F-35의 레이더, 엔진 설계도, 배기 냉각 방법 등 설계 기밀 정보가 중국 해커에 의해 유출됐다는 것이다. 미 국방부는 2009∼2013년 3만 건이 넘는 사이버 테러 공격을 받았는데 이 가운데 500건 이상의 해킹 공격을 ‘심각한’ 침입으로 분류했다. 미국 사이버 안보 기관은 이 같은 사이버 공격에 대해 ‘비잔틴 하데스’라는 암호명을 붙였고 배후에 중국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중국 기술력의 상징이자 중국 최고의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인 화웨이를 국가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해킹 시도의 주요 축으로 간주, ‘화웨이 죽이기’에 나선 데에는 이러한 배경이 있다. 다소 과격한 방법이긴 하지만 ‘잠재적인’ 사이버 공격 경로를 무력화한다는 것이다. 과연 화웨이는 중국 정부와 연계해 해킹에 나섰을까. 화웨이는 이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화웨이 주장대로 해킹에 협조했다는 결정적인 증거도 없다. 하지만 △미국 시스코 네트워크 장비 기술 유출 사건 △2012∼2017년 아프리카연합(AU) 주요 문서 유출 사건 △미국 온라인 판매 화웨이 스마트폰 백도어 설치 발각 사건 △폴란드의 화웨이 판매 담당자 간첩혐의 체포 등 정황은 차고 넘친다. 이 정도면 미국이 화웨이를 의심하고 관련 조치를 내린 것은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국가 기간 네트워크에 외국산 제품을 도입하는 것은 유사시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어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미국은 동맹국들을 중심으로 정보보안 차원에서 화웨이 제품을 도입하지 말 것을 종용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과 맞물려 화웨이를 둘러싼 거대한 ‘줄서기’가 강제되고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 주요 통신회사 가운데 LG유플러스만이 화웨이 네트워크 장비를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화웨이는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불신감은 여전히 크다. 순전히 정보 보안적 관점에서 보면 화웨이 제품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맞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보보안업계 관계자는 “국가의 전폭적 지원 속에 성장한 화웨이가 공산당의 요구에 자유로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북한, 중국 등 무지막지한 사이버 공격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 세계적으로 불신을 받는 기업 제품을 사용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당연히 의사 결정 과정에서 보다 고차원적 숙고가 있겠지만 가장 기초적인 고려 사항을 소홀히 해선 안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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