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일본 오사카의 오사카 성 공원에 들어선 공연장 ‘쿨 재팬 파크 오사카’의 첫 무대공연 ‘케렌’의 한 장면. 디지털 아트효과가 십분 발휘된 화려한 무대에서 시종일관 박진감 넘치는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제작한 공연이라 대사는 한 마디도 없다.

새 명소 ‘쿨 재팬 파크 오사카’ 첫 무대

- 대공연장 첫 작품 ‘케렌’
오사카 뒷골목·교토 사찰까지
디지털아트로 공간 넘나들어
눈도 귀도 신나는 색다른 경험

- 야간 체험형 ‘사쿠야 루미나’
오사카성 내외공간 무대삼아
이야기·멀티미디어 결합시켜
불빛으로 연출 9개 공간 체험

한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가는 국가는 일본이고, 일본에서 한국 관광객에게 가장 인기 있는 도시가 오사카다. 하지만 사실 오사카는 도시 여행지로 관광지가 그다지 많은 곳은 아니다. 고색창연한 문화재로 가득한 인근 도시 교토와 나라가 있긴 하지만, 정작 오사카에서는 오사카 성(城)을 빼고 나면 쇼핑과 미식 외에 이렇다 하게 관광할 곳이 없다.

자그마치 6000명의 연예인을 관리하고 있는 일본의 대표적인 연예 매니지먼트 회사 요시모토 흥업을 비롯해 JTB 여행사, 아사히TV, 광고회사 덴츠 등 13개 민간기업과 민관펀드인 해외수요개척지원기구가 지난 2월 일본 오사카 성 공원에 공연장 ‘쿨 재팬 파크 오사카’를 지은 건,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한 오사카의 매력적인 관광콘텐츠로 공연을 택한 것이다. 대사나 스토리 없이 오로지 퍼포먼스로만 끌고 가는 이른바 ‘논버벌’ 형식의 공연을 쿨 재팬 파크 오사카의 무대에 올려서 이 공연 관람을 ‘일본 여행의 필수코스’로 만들겠다는 의도다. 쿨 재팬 파크 오사카의 첫 무대공연 ‘케렌’을 보고 왔다. 더불어 오사카 성에서 진행되는 야간 체험형 멀티미디어 공간 ‘사쿠야 루미나’를 둘러봤다. 공연은 다채롭고 흥미진진했으며, 사쿠야 루미나는 신선했다.

◇속임수를 구경하다… 케렌 = 다양한 장르의 엔터테인먼트 공연을 지원하는 첨단 시설을 갖춘 대·중·소 등 3개 극장으로 이뤄진 공연시설 ‘쿨 재팬 파크 오사카’에서 가장 큰 공연장인 ‘WW홀’ 무대에 올린 첫 작품은 ‘케렌’이다. 케렌이란 일본 에도시대 중기에 쓰던 말로 ‘기상천외한’ ‘속임수’ 등을 뜻하는 단어. 기발한 무대장치와 공연 내용을 통해 묵직한 메시지나 스토리보다는 시종일관 가벼운 재미를 추구하겠다는 작품의 의도가 제목에서부터 읽힌다.

공연은 다 보고 난 직후에도 복기가 어려울 정도로 다채로웠다. 수시로 무대가 바뀌고 바뀔 때마다 다른 이야기가 전혀 다른 방식으로 펼쳐졌다. 다양한 시간과 공간에서 다양한 차림의 연기자와 댄서들이 등장했다. 오사카 뒷골목부터 교토의 장중한 사찰을 비롯해 고베, 나라 등에 이르기까지 무대 배경도 다양했다. 수평의 공간을 넘나들면서 쇼와시대부터 헤이세이 시대까지 수직의 시간을 마음대로 가로질렀다. 호화롭게 장식된 무대 위에서 연기자들의 숙련된 퍼포먼스가 펼쳐지기도 했고, 만화적 효과를 극대화해 마치 만화책을 무대 공간에 옮겨 놓은 듯 연출한 장면도 있었다. 눈과 귀가 즐거운 공연이었다. 한 장면이 끝난 뒤 다음 장면을 도무지 예측할 수 없었다.

◇말을 지우고 ‘재미’로 말한다 = 전체적으로 공연 내용 전반에 일본적 정서가 섞여 있기는 했지만, 그 색이 옅기도 하거니와 유머로 유쾌하게 변주돼서 일본 문화 특유의 거북하다 싶은 부분이 거의 없었다. 비데, 경차, 요괴, 참치, 사무라이, 후지산…. 일본을 대표하는 공간이나 제품을 공연 곳곳에다 숨은그림찾기처럼 숨겨놓았는데 그걸 찾는 재미도 쏠쏠했다. 친절하게 드러내거나 설명하지 않아서 공연이 끝난 뒤에야 뒤늦게 의미를 알아차린 것도 적지 않았다.

댄스와 무술, 탭댄스, 뮤지컬 등 다양한 표현 방식도 좋았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무대연출에서, 또 공연 내용에서 사용된 디지털아트 효과다. 슈퍼볼 하프 타임 쇼와 올림픽 등의 이벤트를 연출했던 세계적인 멀티미디어 스튜디오 모멘트 팩토리의 솜씨다.

케렌 공연을 연출한 일본 인기 TV 프로그램 연출자인 다카하라 데쓰오는 “케렌 공연은 평이한 무대 공연이 아니라 일본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설스튜디오 재팬의 쇼나 어트랙션과 유사한 형태로 연출하고자 했다”며 “일본의 좋은 점을 표현하기보다 세계인들이 이미지로 갖고 있는 일본을 테마로 엔터테인먼트가 강조된 공연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카하라는 이어 “케렌을 통해 일본의 전통 예술 분위기를 맛보고 다이내믹한 영상연출과 퍼포먼스를 즐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S석 기준 7500엔, 외국인이 여권을 제시하면 반값인 3500엔.

이미지 크게보기 밤마다 야간체험형 멀티미디어 공간 ‘사쿠야 루미나’가 펼쳐지고 있는 오사카 성.

◇오사카 성이 밤마다 변신한다 = 케렌 공연에 앞서 일본 오사카 성에서는 지난해 연말부터 오는 11월까지 야간 체험형 멀티미디어 공간 ‘사쿠야 루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사쿠야 루미나는 오사카 성 공간을 무대 삼아 불빛으로 공간을 연출하는 ‘루미나리에’에다가 다양한 이야기와 멀티미디어를 결합한 독특한 체험공간이다. 체험공간과 영상은 모두 세계 정상급의 디지털 예술단체 모멘트 팩토리의 솜씨다.

오사카 성 공원에서 시작해 성에 이르는 길에다 불빛으로 연출한 9개의 다양한 공간을 만들어놓았는데, 이용자들은 모험하듯 이 공간을 하나하나 체험하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오사카 성벽 이곳저곳은 화면을 비추는 스크린으로 활용된다.

유쾌한 캐릭터들이 중얼거리는 소리와 함께 성 외벽에 눈동자가 투사되고, 허공에서 입체영상이 상영되기도 했다. 공간을 활용한 기발한 연출과 독특한 발상에 연방 감탄하게 된다. 대부분의 공간에서 이용자의 움직임에 감응하는 쌍방향 멀티미디어가 활용돼 신기한 느낌이 더했다.

하이라이트는 이용자의 도움으로 주인공 아키오가 미래로 돌아가면서 오사카 성 외벽에 이용자 한 명 한 명의 얼굴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이용자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불빛을 따라가면서 모험하듯 재미있게 즐기는 이들도 있었고, 심드렁한 표정으로 지루해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어린 자녀와 함께라면 충분히 즐겁게 즐길 수 있을 듯했다. 오후 10시까지 오사카 성의 은은한 야경을 즐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사전구매 입장료 2700엔.

오사카 = 글·사진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