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제재 견지하며 4强 외교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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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 前 외교부 차관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지 두 달이 돼 간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스몰딜’과 미국의 ‘빅딜’ 사이의 접점을 찾고자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했으나 실패했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만 고수하는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 한군데 정도 핵 또는 미사일 시설 폐기를 받아들이고, 미국은 빅딜에서 한발 양보해 제재 완화(예: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를 단행한다는 게 우리 측 제안의 골격으로 보이나, 미국은 마이동풍이다.

로버트 뮬러 특검으로부터 ‘해방’된 트럼프로서는 김정은과 서둘러 3차 정상회담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하노이 회담에서 경제 제재 해제를 고집한 북한에서 대북 제재의 효과를 간파한 그는 북한의 태도가 변할 때까지 제재를 지속할 것이다. 북한엔 3차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도록 ‘희망 고문’하면서 실무회담을 지속해 나갈 경우 핵과 미사일 실험 중단이 유지되는 가운데 그럭저럭 올해는 넘길 수 있다고 본다. 재선 준비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중재자’ 역할이 들어설 공간이 더욱 좁아졌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이런 상황에 좌절 말고 현 ‘소강 국면’을 한반도 주변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지난 1년간 북핵 문제에 ‘올인’했으나 성과가 없었다. 그로 인해 주변 4국 외교는 사실상 방치 상태다. 지난 11일 한·미 정상회담이 소득 없이 끝난 것은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전에 ‘미국의 생각 읽기’에 실패한 결과다. 그렇다고 중국과의 관계가 개선된 것도 아니어서 아직도 ‘사드 사태’가 발생한 2016년에 머물러 있다. 중국 내 투자 여건이 개선된 것도, 중국 단체 관광객이 다시 한국을 찾는 것도 아니다. 러시아와의 관계 역시 정체 상태다.

한·일 관계는 역사상 최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정책이 바뀌면 일본은 자동적으로 미국을 따라갈 것이라고 보고 대북 제재 국제 공조에서 일본을 제외한다면 외교적 패착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이행해 대북 경협(經協)이 재개된다고 가정할 때, 한국보다 월등한 자금력을 가진 나라가 일본이다. 문 대통령이 역사 문제와 안보 문제를 분리 대응한다고 했지만, 3·1운동 100주년 ‘열기’ 속에 역사가 안보를 완전히 삼켜 버리고 말았다.

해답은 명확하다. 한·미·일 공조 체제를 복원하고, 중국 및 러시아와의 협력을 제고하는 것이다. 주변 4강(强) 외교를 복원해야 한다. 철저한 대북 제재를 유지하면서 북한으로부터 대화 신호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북한의 태도가 ‘하노이 수렁’에서 벗어날 조짐이 보일 때 북한을 적극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북핵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신속’ 이행 방안이다. 비핵화 로드맵에 합의하고 단계적 이행을 해 나가되 첫 단계에 중요한 조치를 집중해 신속한 이행을 보장해야 한다. 첫 단계에서 사실상 비핵화의 70% 이상과 검증이 이뤄져야 하며, 다음 2, 3단계에서 비핵화 완료, 관계 정상화, 평화 체제 구축 등이 나오는 것이다. 결정적 비핵화 조치에 대한 검증을 전제로 경제 제재 해제를 약속하고, 검증 완료 시 제재 해제를 단행한다. 결론적으로, 문 정부가 세 가지 ‘부분적’ 조치(부분적 합의·비핵화·제재해제)를 피하고, 남북 경협이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한다는 그릇된 전제에서 벗어나야 완전한 북한 비핵화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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