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신창섭 기자 bluesky@

- ‘2019 아산플래넘’ 개막

스타인버그 前 美국무 부장관
“韓, 외교·경제분야 선택 기로
계란을 中에만 담아서는 안돼
한·일관계 안좋아 美 큰 슬픔”

아산정책연구원이 23일 서울에서 개최한 ‘2019 아산 플래넘’ 기조연설자로 나선 제임스 스타인버그(사진)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한국은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민주주의야말로 가장 적합한 선택이라고 입증한 나라이고, 경제뿐 아니라 기술 분야에서도 파워를 갖고 수백만 명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했다”며 “한국이 앞으로 남북 관계와 한·미 동맹, 한·일 관계, 미·중 관계, 경제 정책 등에서 4가지의 선택이 있다”고 말했다.

스타인버그 전 부장관은 한국이 선택해야 할 가장 우선적인 사항으로 북한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실패했다’는 표현은 쓰지 않겠지만, 하노이(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결론이 안 난 채로 끝이 났다”며 “두 번의 (미·북) 정상회담은 동북아 지역에서 많은 희망과 두려움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 지역의 많은 국가가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끝나길 원하고 있다”며 “북한 사람들에게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다는 선택에 한국이 가장 큰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노이 결렬’ 당시 북한의 단계적 협상과 미국의 ‘빅딜’ 주장이 대립하며 협상이 교착된 점을 들어 향후 미국의 ‘빅딜’ 주장에 한국이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미·일 3각 공조를 위해 한·일 관계 개선이란 선택을 해야 한다는 입장도 제시했다. 스타인버그 전 부장관은 “한·일 관계가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사실에 큰 슬픔을 느끼고 있다”면서 “한국과 일본이 함께 일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 간에 긴장이 생기고 있는데 한국이 어떤 선택을 할지 중요하다”며 “한국이 계란을 중국이란 바구니에만 담으면 한국이 어려워졌을 때 미국이 한국을 도와주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국은 중립을 지키고 미·중 양쪽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지만 신중해야 한다”며 “한국의 지도자들은 미국과의 오랜 우정을 기반으로 중국과 건설적 협력의 길을 구축해야 한다고 미국을 설득해야만 한다”고 조언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