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예술인 복지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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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미 문화부 부장

대중음악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방탄소년단은 말할 것도 없고 세계적인 음악가와 미술가에게 열광적 찬사를 보내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이런 생각을 한다. “예술가는 가난하다.” 예술은 밥벌이와 관계없이 자기가 좋아서 하는 것이니 가난하게 사는 것도 배부른 선택이라는 것이다. 또 위대한 예술이라면 당대의 문법과 규범을 깨야 하니, 위대할수록 대중의 환호나 상업적 성공과는 멀어야 한다고 여긴다. 요즘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현대 미술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 ‘예술가의 초상’은 지난해 무려 1000억 원이 넘는 가격에 팔려나갔다. 예술의 세계에도 천문학적 단위의 돈이 오가는 유명인의 세상과 가난한 주변 예술가의 세상이 따로따로 존재한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예술가의 70% 이상의 월수입이 100만 원 이하였다. 예술가 개인이 벌어들이는 연평균 수입은 1281만 원, 예술인 가구의 총수입은 4225만 원으로 국민 가구 소득 평균(5705만 원)보다 1000만 원 이상 적다. 분야별로 건축, 만화, 방송연예 쪽 수입은 상대적으로 높고, 문학, 사진, 미술가의 수입은 낮아 예술가 안에서도 상당한 격차를 드러냈다. 가장 가난한 분야는 문학으로 이들의 연간 수입은 평균 550만 원에 불과했다. 반면 건축가는 5808만 원, 만화가는 2177만 원이었다.

얼마 전 서울대 행복연구센터가 한국인의 행복지수(안녕지수)를 발표하며 ‘평등한 행복’ 개념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국가별 행복 순위를 보며 한국이 전 세계에서 몇 번째로 행복한지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고, 같은 한국 안에서 누구는 행복하고 누구는 행복하지 않은지, 행복의 불평등을 살펴야 한다고 했다. 예술가도 마찬가지다. 콘텐츠가 최고 산업으로 대접받는 현실과 예술가는 가난하다는 인식 사이에서 사회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는 예술가에게 관심을 둘 때가 됐다.

실제로 우리 문화정책의 중심이 뛰어난 예술가들에 대한 직접 지원에서 국민의 향유 쪽으로 방향을 튼 가운데 예술가 복지가 새로운 관심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예술가 복지의 구체적 정책인 예술인생활안정자금 융자제도 사업이 6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는 일정한 예술활동을 증명한 예술가에게 생활자금, 주택자금 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곧 이어 예술인 고용보험, 실업급여에 대한 논의도 본격 시작될 예정이다. 예술가들은 프리랜서가 많은 직업적 특성상, 직장에 소속돼 있지 않고, 신분도 불안정해 사회보장 보험은 고사하고, 대출과 융자도 쉽지 않다. 하지만 시작도 하기 전에 예술계 바깥에서는 왜 예술가들에게만 특혜를 주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예술계 안에서는 상환능력이 없는 예술가들에 대한 융자는 오히려 이들은 빚더미에 올려놓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예술가들에 대한 지원은 특혜가 아니라 보호의 사각지대에 갇혀 국민으로서의 평균적 보호도 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제도라는 이해를 적극적으로 구해야 한다. 또 어렵게 시작하는 정책인 만큼 철저한 준비로 잡음과 후유증 없이 예술가 복지의 첫발을 성공적으로 내딛길 바란다.

ch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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