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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사회정책학

정부가 4월부터 실시한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신청에 4만8600여 명이 몰린 가운데 1만1700여 명이 구직지원금을 받게 됐다. 선정자 발표 당일 고용노동부 청년센터 홈페이지가 장애를 일으킬 정도로 청년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선정된 사람들은 구직활동을 하는 데 월 50만 원씩 6개월간 300만 원의 지원을 받게 된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전체 8만 명을 선정해 약 1582억 원을 이 같은 청년구직지원금 사업에 집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재정사업이 청년들의 구직 문제를 해결해줄 것인지는 매우 회의적이다. 더욱이 정책 효과가 분명하지 않은 곳에 국가 예산을 지출하는 것이 타당한지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은 구직 활동을 하는 젊은이들이 취업에 필요한 학습 등 자기 주도적 역량 개발에 사용하게 돼 있다.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더욱 치열해지는 경쟁을 뚫기 위해 청년 구직자들이 어학 공부나 공무원시험 준비 등을 위해 구직활동 지원금을 사용해 더욱 열심히 준비하라는 취지로 이해된다. 그러나 아무리 취업준비생 개개인이 열심히 준비해 더 좋은 시험 점수를 받아도, 신규 취업자 총수는 개개인의 취업 성적이 아니라 고용시장에서 기업이 창출하는 일자리에 의해 정해질 수밖에 없다.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지만 구직 시장 전체적으로는 아무런 상황 변화가 없다는 말이다.

더욱더 심각한 것은 이번 구직지원금 제도를 시행하면서 정부가 우리나라 청년 실업의 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우리나라의 인적 자본이 과다하게 축적돼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2018년 세계 인적 자본 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싱가포르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인적 자본을 축적한 나라다. 고학력에 다양한 스펙을 갖춘 젊은이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그러나 고학력의 청년들이 희망하는 직장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의 활용으로 인해 괜찮은 일자리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지만, 비교적 단순한 노동이 필요한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분야의 기업들은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결국, 우리 젊은이들이 축적한 인적 자본이 노동시장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인적 자원의 배분과 조정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다음으로, 세금 인상과 더불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제한 등과 같은 정부의 조세 및 노동정책이 기업의 일자리 창출 능력을 급격히 위축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세금 인상은 문재인 정부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에서도 단행됐고, 세계에서 최장 노동시간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 상황을 고려하면 근로시간의 적절한 단축은 오히려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개개의 정책 자체는 원천적으로 잘못된 것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문 정부가 대기업과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중소 자영업자들에게까지도 적대적 시각에서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다. 이러한 정부와 적대적 관계 속에서 기업들의 경제 활동이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 최근 엄연하게 드러나는 경제 현실이다.

그러나 이런 냉정한 상황을 정부가 인식하지 못해 청년구직지원금 같은 일자리 창출 효과도 없는 정책을 시행한다고 보긴 어렵다. 외려 정부는 청년들의 정치적 지지를 기대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단기적 인기 영합주의 정책에 청년들의 표심이 좌우될 것이라고 보면 큰 오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