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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 논설위원

여군(女軍)을 기갑부대 전투병으로 배치하려던 이스라엘군 계획이 유보됐다. 이스라엘군 라디오가 지난 14일 “군 참모총장이 여군을 전차부대에 배치하는 안을 배제하기로 최종적으로 결정했다”고 보도한 것이다. 이에 여성계 등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시민단체들이 크게 반발하자, 이스라엘군은 황급히 “결론이 났다는 보도는 오보”라며 “결론이 유보된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여군 또는 남녀 혼성 기갑부대를 창설하려던 계획이 최소한 뒤로 미뤄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스라엘군은 여군을 기갑부대에 배치하지 않은 이유를 성차별이 아닌 예산 부족 탓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여성의 군 의무복무제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스라엘에서도 여군이 전투병으로 근무하는 경우는 아직 흔하지 않다. 전투병과에 복무하는 여성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은 정보나 의무 등 비(非)전투업무를 주로 맡고 있다. 1948년 독립전쟁 당시 여성도 근접 전투에 직접 참여해야 했다. 그러나 포로로 잡힌 이스라엘 여성들의 참혹한 운명을 접한 이후, 여성을 전투병으로 내보내는 것을 꺼리게 됐다. 인구가 부족하기에 징집하고 있으나, 여성은 주로 후방에 배치돼 있으며, 그렇기에 외부 방문객의 눈에 유독 잘 띄는 것이다.

물론 신세대의 입장은 다르다. 이제 여성은 보호 대상이 아니란 것이다. 보병·포병 등 다른 전투병과의 문호는 이미 오래전에 개방됐다. 남은 것은 기갑이다. 지난해 정비·수리·기동을 모두 여성 전차병(兵)에게 맡기는 여군 탱크부대를 시범 운용했다. 이스라엘군은 남성과 비교해 전투력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긍정적 결론을 얻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기존 기갑부대 지휘관들은 혼성부대 편성에 반대한다. 좁은 공간에서 동료의 하체만 쳐다보고 있어야 하는 특수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엔 이미 ‘여성 전차병’이 있다. 2014년 육군이 기갑·포병·방공 등 모든 병과 지원에 성별을 철폐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2015년 기갑병과 여군 부사관을 처음 모집했다. 그 결과 2016년 수도기계화보병사단에서 K1A2 전차를 모는 첫 여성 탱크 조종수가 배출됐다. 이어 2018년에는 여성 기갑 장교 2명이 임관했다. 한국 여성 전차병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여성 승무원만 탑승한 전차가 실전 배치될 날도 머지않아 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