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17일 오전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어린이를 포함해 이웃 주민 5명을 살해하고, 13명에게 부상을 입힌 피의자의 불탄 집 안(왼쪽 사진)과 사고 현장을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 뉴시스

진주서 40대 ‘무차별 살인’… 5명 사망·13명 부상

범인, 정신분열증 판정 전력
올초엔 폭력 휘둘러 체포
주민들 “평소 이웃과 잘다퉈”
경찰, 계획범죄 여부 수사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서 불을 지르고 대피하던 이웃 주민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5명을 숨지게 하고 13명을 다치게 한 40대 남성은 병원에서 정신질환과 편집성 정신분열증 판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피의자는 올해 초 폭력을 행사해 경찰에 체포된 적도 있어 정신질환자에 대한 관리가 허술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피의자가 평소 다툼이 있던 이웃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계획범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경남 진주경찰서는 17일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입주민을 살해한 혐의(살인 등)로 안모(42) 씨를 체포해 조사 중이다. 안 씨는 이날 오전 4시 32분쯤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 불을 지른 후 흉기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이어 “불이야”라고 소리를 지른 후 밖으로 서둘러 대피하던 어린이, 노인 등 이웃 주민들에게 흉기를 마구 휘둘렀다. 안 씨의 흉기에 찔린 주민 11명은 이 씨가 거주하는 4층 복도와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등에서 발견돼 소방서 구급대가 병원으로 이송했다. 진주소방서 관계자는 “불이 나 출동했는데 사람들이 계단과 복도, 1층에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어 이송했다”고 말했다. 중상자들은 목과 복부, 옆구리, 가슴, 얼굴 등을 2~3차례 찔린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대규모 수사본부를 꾸려 현장에서 검거된 안 씨를 상대로 계획범죄 등 정확한 범행동기를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진주시청 및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에 따르면 피의자 안 씨는 2015년 12월 이 아파트로 이사 온 것으로 전해졌다. 안 씨는 4년가량 이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이웃 주민과 층간 소음 등의 문제로 다툼이 있었다. 이 아파트 관리소장은 “안 씨가 위층에서 벌레를 던지는 것 같다고 민원을 제기하는 등 윗집과 잘 지내지 못했다”며 “윗집에서도 신고가 들어와 안 씨와 대화하려고 찾아갔지만, 대화가 되지 않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 통장은 “지난해 두어 차례 만났는데 주위 사람이 자기를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봐 기분이 나쁘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며 “정신적으로 이상한 것 같아 시청에 안 씨 문제에 대해 지난해 말 보고했다”고 말했다.

진주시는 안 씨의 정신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있었으나 마땅한 대응책은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주시에 따르면 안 씨는 2011년 10월 근로소득이 없고 부양해줄 사람이 없다며 기초생활수급대상자 신청을 해 수급대상자가 됐다. 하지만 2016년 12월 근로소득이 발생해 기초생활수급대상자 중지 신청을 했다가 다시 2017년 9월 수급대상자가 됐다. 안 씨가 기초생활수급대상자 등에게 제공하는 국민 임대주택인 이 아파트로 이사를 온 것은 2015년 12월쯤이다. 수급자 선정 과정에서 진주시는 안 씨가 정신질환과 편집성 정신분열증 판정을 받은 것을 파악했다. 진주시는 안 씨가 올해 초 기초생활수급대상자에게 제공하는 근로형 일자리에 참여하던 중 직원을 폭행해 경찰에 체포되는 등 폭력성이 있는 것도 파악하고 있었다.

진주 = 박영수 기자 buntl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