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소식통 “철도 수요 등
당국서 2000년대부터 추산
年소모량 40만∼50만t인데
필요분 80% 밀거래로 충당”

유엔제재상 6만여t만 합법

정부 당국이 과거 북한의 연간 최소 정유제품 소모량을 40만∼50만t으로 추정했으며, 대북제재 강화 이후 북한이 이 중 30만∼40만t을 밀수입을 통해 조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17일 제기됐다. 이는 북한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가 허용하고 있는 6만여t을 제외한 나머지 80%를 밀거래로 충당하고 있다는 의미여서 제재 효과 극대화를 위해서는 공해상 환적 등 불법 거래 차단이 핵심이란 지적이 나온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관계 당국은 2000년대 중·후반부터 북한 내부에서 소모되는 휘발유나 경유의 연간 최소량을 추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이를 바탕으로 북한의 연간 정유 제품 최소 소모량을 40만∼50만t 정도로 추정했다. 당시 당국은 북한 내 자동차 수 등 내연기관 사용 기기나 장비 규모, 가동 상태 등을 바탕으로 이 같은 소모량을 역산해 낸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의 이 같은 추산치는 2017년 말 채택된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2379호가 규정한 연간 대북 정유제품 유입 한도 50만 배럴을 훨씬 웃도는 것이다. 정유 제품 50만 배럴을 t 단위로 환산하면 휘발유의 경우 약 5만9000t, 경유는 약 6만6500t에 불과하다. 하지만 통계청이 분석한 북한 통계에 따르면 북한의 정유제품 사용 장비 현황은 2000년대 중·후반과 최근 사이 큰 변화가 없었다. 2007년 26만 대를 기록했던 북한의 자동차 등록 대수는 2017년 28만4000대로 소폭 증가했으며, 민간 항공기도 같은 기간 21대에서 24대로 소폭 늘었다. 철도 기관차만 1224대에서 1195대로 일부 감소했을 뿐이다. 결국 대북제재 강화 이후에도 북한의 연간 정유제품 소모량은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으로, 제재 한도를 넘어서는 정유제품은 상당수 불법 수입됐을 것이라는 계산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소식통은 “과거 연간 소모량 추산치를 낼 당시와 현재 상황을 비교해도 북한의 최소 소모량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며 “북한은 이를 충족하기 위해 30만∼40만t의 정유 제품을 밀거래로 조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도 유사한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재무부 및 국무부 등도 3월 21일 합동으로 갱신·발표한 대북 제재 주의보에서 “2018년 북한 항구에 최소 263척의 유조선이 불법 해상 환적을 통해 얻은 정제유를 싣고 들어왔다”며 “이 유조선들이 탱크를 가득 채워 왔을 경우 북한은 378만 배럴(약 44만 t)의 정제유를 수입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