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는 주요 감염병인 ‘크리미안-콩고 출혈열’과 ‘리프트 밸리열’이 내년부터 새롭게 도입되는 감염병 관리체계에서 가장 높은 1급 감염병에 포함된다. 이들 감염병은 국내 유입 시 빠르게 전파되고 치명률도 높아 보건 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의학계에선 이를 계기로 제2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일으킬 수 있는 ‘니파 바이러스’도 1급 감염병에 포함할 것을 권고하고 나섰다. 음압 격리실이 아닌 일반 격리 입원하는 국내 의료 환경에선 니파 바이러스가 더 치명적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16일 질병관리본부가 공개한 ‘해외 유입 가능 주요 감염병의 진단 및 관리·대응체계 구축 연구’에 따르면, 2020년부터 ‘1∼5군’별로 구분된 현행 감염병 분류체계를 감염병의 심각도, 전파력, 격리수준 등을 중심으로 한 ‘1∼4급’별 분류체계로 개편한다. 특히 1급은 치명률이 높거나 집단 발생 우려가 커 발생 즉시 신고해야 하는 감염병이다. 1급 감염병에는 총 17개가 포함됐다. 이 중 크리미안-콩고 출혈열과 리프트 밸리열은 2017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시급히 연구가 필요한 질환’으로 지정한 감염병이다. 크리미안-콩고 출혈열은 입원 환자의 사망률이 최대 50%로 감염된 진드기에게 물려 감염된다. 주로 아프리카, 중동 등에서 유행하며 조절되지 않는 출혈 증상이 나타난다. 리프트 밸리열은 지난 2006년과 2007년 케냐와 수단에서 각각 234명, 23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주로 아프리카에서 발생하며 감염된 모기에 의해 감염된다. 감염된 사람의 50% 정도는 무증상이다가 이후 출혈로 사망한다.

보건 당국은 이들 감염병의 국내 유입을 가정해 다양한 시나리오 아래 대책을 마련 중이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인하대병원 연구팀은 비말(飛沫) 전파로 감염되는 니파 바이러스도 1급 감염병에 포함할 것을 권고했다. 연구팀은 “니파 바이러스는 국내 유입 시 전파 가능성이 가장 크다”며 “메르스 사례에서 확인했듯 음압이 아닌 일반 격리 입원할 경우 원내 감염 전파의 가능성이 클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보건 당국은 충분한 검토를 거쳐 법정 감염병에 포함할지 결정할 방침이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