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지원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혀온 박원순 서울시장이 급기야 평양의 대동강 수돗물 개선 사업을 구체화하기에 이르렀다. 핵무기를 포함한 북한 공격의 제1 타깃이 서울임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북한 핵 위협이 해소되려면 아직 요원하다. 그런데도 납세자인 시민의 공감대 형성도 없이, 나아가 유엔의 북핵 제재에도 위반될 사업을 구체화하는 것은 반(反)시민·반안보 행태로 비판 받아 마땅하다.

서울시는 10일 ‘서울·평양 대동강 협력 사업 자문단’을 출범시켰다. 휴대용 수질 측정 장비 50세트와 노후 상수도관 누수 탐사 장비 2대 구입 비용도 배정됐다. 서울시 차원의 남북교류협력기금 392억 원 중에 10억 원이라고 한다. 35조 원이 넘는 예산 총액에 비해 사소한 것이라고 넘길 순 없다. 서울 하수관로의 71%가 20년이 넘은 노후 시설이며, 50년 이상이거나 매설 연도 미상인 것도 32%나 된다. 21년 넘은 상수관 비율도 57%다. 수돗물을 불신하며 정수기나 생수에 의존하는 서울시민 입장에선 평양 수돗물 사업을 선뜻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런 기계류 반입은 유엔 대북 제재 위반이다. 현행 남북교류협력법은 지방자치단체를 남북 교류 협력의 주체로 규정하지도 않고 있다.

결국 서울시장 직무에 최선을 다하기보다 전국적 관심과 북한 정권 호의를 노린 ‘대선 행보’ 오해를 자초한다. 북한 정권은 10일 “제재로 굴복시킬 수 있다고 오판하는 세력에 심각한 타격을 주어야 한다”고 했다. 박 시장 같은 행태가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즉각 시정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