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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우 고려대 교수·경영학

통계청은 3월 취업자가 전년 동월보다 25만 명 늘었다는 ‘고용동향’을 10일 발표했다. 일감이 끊겨 문 닫는 공장이 속출하고 자영업 폐업이 즐비한데 취업자 증가는 웬 말일까. ‘통계 분장(扮裝)’의 도구는 세금으로 급조한 ‘노인 일자리’였다. 고용 실적을 연령별로 세분하면 60대 이상 취업자는 35만 명 늘었지만, 경제의 허리인 30∼40대는 외려 25만 명 줄었다. 업종별로 구분하면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은 17만 명 늘었다. 이는 60대 이상 취업자 증가와 같은 방향이다. 고용의 중추인 제조업은 11만 명이나 줄었다. 국민 세금으로 손실을 메워야 하는 공기업 고용은 공무원처럼 대폭 늘었다.

공무원시험 준비생 관련 통계는 혼란스럽다. 사실상 실업 상태지만 일단 응시원서를 접수하면 경제활동인구에서 제외돼 실업자에서도 빠진다. 체감실업률을 나타내는 ‘확장보조지표3’이 25.1%까지 치솟은 것은 실업자로 체감되는 공시생 때문이다. 공시생으로 오랜 기간 방황하던 탈락자의 남은 생애도 문제고 공무원 수를 무작정 늘리는 것도 문제다. 공무원 조직의 비대화로 재정 위기에 봉착했던 그리스의 비극이 남의 일 같지 않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3월 고용지표는 긍정적 흐름임을 강조하면서도 30∼40대 취업자 감소와 제조업의 고용 부진 대책을 마련할 것임을 천명했다. 제조업은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중한데 반도체·자동차·석유화학·조선 등 성한 게 없다. 생산원가가 치솟아 수출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은 지 오래다. 기술적 수월성 유지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도 극도로 위축된 기업가 사기와 마찬가지로 쪼그라들었다. 생산기지는 중국과 베트남 등 아세안 국가로 대거 이전됐다. 미국의 수입 규제 압력에 눌려 자동차·가전 및 배터리 공장도 미국으로 옮겼다.

경직적 노동 규제가 공장 해외 이전의 주된 이유다. 경기 변동에 부닥치면 일시적 해고와 같은 고용 조정으로 극복하는 게 선진적 노사 관계인데, 해고가 극히 어려운 한국에서는 매출이 대폭 줄어도 생산은 계속된다. 재고가 감당 못 할 수준으로 늘면 손실도 문제지만 자금 부족으로 부도 위기에 봉착한다. 영업활동에서 돈을 벌기보다 재고 유지에 막대한 돈이 드는 상황이다. 최근 영업활동 현금 흐름이 마이너스로 바뀌는 제조업이 늘어 금융위기 재발도 우려된다. 수주 산업인 조선이나 건설업에서도 고용 조정이 불가능하면 손해가 예상되는 수주를 떠안아 결국 파산에 이르는 경우도 많다. 호경기에는 이익 일부를 고용안정기금으로 적립하고 불경기에는 일시적 해고를 수용하는 노사 협력 체제로 속히 전환해야 한다.

세금과 규제도 개선해야 한다. 공장입지 선택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경쟁국보다 높은 법인세는 일자리를 걷어차는 만용이다. 바이오 제약 및 헬스, 게임, 핀테크, 블록체인 등 신성장 산업의 성패는 과감한 규제 혁파에 달렸다. 세금과 규제를 줄여야 4차 산업혁명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다. 대학도 특화된 인력 양성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정원과 등록금 규제를 풀어야 한다.

경제부총리는 통계와 씨름하며 시간을 허비할 게 아니라, 현장을 뛰며 미래를 개척해야 한다. 정치적 이념에 사로잡혀 현장과 괴리된 이론을 내세우고 고집하는 세력과는 공직 경험의 업(業)과 경제 수장으로서의 직(職)을 걸고 대결해야 한다. 청년이 평생의 진로인 일자리를 속히 찾을 수 있게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청년 일자리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