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교육감상 안상아

아빠, 나 상아야. 이렇게 내 솔직한 마음을 담아서 쓰는 편지도 정말 오랜만인 것 같아.

이제 일 년의 반이 지나가고 초여름에 접어들면서 날이 점점 더워지고 있는데 아빠도 몸 관리 해야지! 작년부터 아프다고 얘기했던 관절염이 더 심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유독 요즘 따라 아빠 다리를 보면 깜짝 놀랄 때가 많아. 병원에 가자고 하면 아빠는 항상 괜찮다면서 가기 싫다고 하니까 내가 화냈었잖아. 그럼 계속 그렇게 아픈 상태로 있을 거냐고 얘기하니까, 병원 가는 것보다 약국에서 약 사다 먹는 게 제일 효과 있다면서 끝까지 안 가려고 하는 아빠가 엄청 미웠어. 아빠! 요즘 병원도 보험 때문에 돈 많이 안 든다는 거 알고 있지?

내가 중학교 1학년 때, 벌써 4년 전 일이네. 처음으로 아빠랑 떨어져서 삼촌 집에서 지냈었는데 그때 한창 사춘기이기도 했고 엄청 큰일이 있었지. 내가 가출을 했다는 것 자체에 아빠는 큰 충격을 받았었지. 집에 들어오고 나서 아빠랑 처음 나눈 얘기가 “우리 딸 뭐 먹고 싶은 거 없니?” 이 말이었는데 그때는 아빠가 나 엄청 혼낼까 봐 괜히 겁먹고 아빠랑 얘기 안 하려던 내가 정말 바보 같았어. 내가 울먹이니까 그때 아빠가 한 말 중에 “왜 하필이면 그렇게 추운 날 나갔어. 나갈 거면 추운 날 말고 날 풀리고 나가든가 했어야지”라고. 그 말이 생각났어. 얼마나 나를 걱정하면서 찾았는지 종일 나만 애타게 찾고 있는 아빠 모습이 생각나서 맘이 너무 아팠어. 인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내가 아무리 반항하고 방황할 시기라고 했지만, 아빠한테 해서는 안 될 행동이었어. 그렇게 아빠의 얘기를 듣고 나서 아빠를 꼭 안아줬는데 아빠가 덜덜 떨고 있더라고. 그 느낌은 정말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 그리고 아빠를 더는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나름대로 성적도 올리고 학교생활도 착실히 하려고 노력했어. 엄마도 가뜩이나 많이 아픈데 나라도 아빠 걱정 덜 시켜야 하는 건데 내가 옆에 많이 못 있어 줘서 미안해.

왜 지금이 돼서야 깨닫게 된 걸까? 아빠는 항상 내 편이었다는 걸. 그리고 지켜주고 있었다는 걸 말이야. 아무리 아빠가 나한테 화가 나고, 내가 아빠한테 모질게 굴고 못되게 행동해도 화도 먼저 안 내고 내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주고 나를 먼저 챙겨주는데 나는 왜 몰랐을까? 그 모든 게 다 아빠가 나를 사랑한다는 건데 아빠한테 솔직하게 표현도 안 하고 사랑한다는 한마디 못 하고 말이라도 하면 매일 싸우기나 하고 말이야! 내가 정말 미웠겠어. 아빠가 이렇게 못난 딸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다 알게 된 것 같아. 아빠, 이제 눈에서 눈물 나오지 않고 멋있게 항상 웃게 해 줄게! 내가 더 노력할게. 이번 주에 집에 가면 꼭 안아줄게. 항상 고맙고 든든하고 언제나 내 편인 우리 아빠, 사랑해 아빠.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