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훈 대통령경호처장 의혹이 심상찮다. 청와대 경호처 시설관리팀 소속인 무기 계약직 여직원을 관사(官舍)로 출근시켜, 가족의 빨래와 청소, 쓰레기 분리 배출 등 가사도우미 일을 하게 했다는 의혹이 9일 보도됐다. 2017년 9월 청와대 경내 환경관리 담당으로 채용된 해당 직원은 지난 3월 퇴직하던 무렵에 “주 처장 공관에 출근한 것이 맞다”고 했다가 8일에는 “회의실도 있고 하니까 필요할 때 도와주고 했을 뿐”이라고 말을 바꿨다고 한다. 이날 경호처가 “그 직원이 관사를 출입했지만, 1층 회의실 등을 청소하기 위한 것이지 빨래 등 개인적인 가사에는 동원되지 않았다”고 주장한 사실과도 맞물려, 말이 달라진 경위 또한 석연찮다.

주 처장 명의의 경호처 채용 공고에도 무기 계약직은 경호처 구내식당 조리, 조경·수목 관리 업무, 청사 환경 정비 등 공적 업무만 하도록 규정했다. 가사도우미 역할을 하게 한 것이 사실이면, 심각한 일탈이다. 부도덕한 ‘갑질’ 차원을 넘어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 방해, 업무방해 등 범법(犯法) 소지도 다분하다. 더욱이 그 시기는 박찬주 전 육군대장이 공관병에게 관사에서 허드렛일을 시켰다는 이른바 ‘공관병 갑질 사건’이 불거졌던 때와 겹치기도 한다. 권력 핵심부의 경각심이 각별히 요구되는 상황에서, 권력에 도취한 오만이 도를 넘어 불법 행위까지 서슴지 않은 셈이다.

이는 2010년 이명박 전 정부의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다 낙마한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 사례를 떠올리게도 한다. 당시 낙마 요인 중 하나는 세금으로 월급을 주는 도청사 내 식당 여직원을 도지사 사택에서 밥 짓고 빨래하는 가사도우미로 부린 사실이었다. 김 전 지사 역시 처음엔 ‘사실무근’으로 둘러댔으나, 거짓말로 드러났다. 주 처장 주장을 좇아 사실무근이라던 청와대가 “민정수석실에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필요하면 정식 감찰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뒤늦게나마 공언한 만큼, 국민 앞에 의혹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