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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남석 정치부 차장

4·3 재·보궐선거를 마치고 이제 1년 앞으로 다가온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채비에 본격 나선 더불어민주당에서 인사 관련 새 소식이 날아들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때부터 1년 9개월 동안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자문위원이 당 홍보위원장으로 거론된단다. 문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는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다음 달 민주연구원장에 공식 취임할 예정인 가운데 또 한 명의 핵심 친문(친문재인) 인사가 총선 간판으로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청와대와 내각 출신의 당 복귀가 줄을 잇지만, 양 전 비서관과 탁 위원의 거취는 유독 눈길을 끈다. 이들 두 사람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과 달리 당직·국회직은 물론 공직선거 출마 경험도 없기 때문이다. 전직 국회의원들의 복귀가 예정된 수순이라면 두 사람의 민주당 행(行)은 총선을 겨냥한 차출이나 배치로 해석할 만하다.

사실 두 사람은 공통점이 많다. 첫째, 문 대통령과 보통 사이가 아니다. 지난 2016년 문 대통령이 당 대표직을 내려놓고 히말라야 트레킹에 나섰을 때 이들이 동행한 점은 두 사람과 문 대통령의 관계를 짐작하게 한다. 친문에도 급이 있다면 급수가 다른 것이다. 둘째, 외부의 부정적 시선에도 불구하고 업무 능력을 확실하게 인정받았다. 대통령선거 캠프나 청와대에서 두 사람과 일해 본 많은 사람은 “대체 불가할 정도로 일을 잘한다”는 평가를 내놨다. 셋째, 홍보·기획·전략 등에 특히 강점을 지녔다. 문 대통령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는 저서 ‘문재인의 운명’ ‘대한민국이 묻는다’는 양 전 비서관의 기획력에 크게 힘입었다. 문 대통령 취임식부터 남북 정상회담에 이르는 일련의 청와대 행사는 탁 위원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

대통령과 잘 통하고 일도 잘한다니 총선을 앞둔 민주당에서 ‘양정철·탁현민 차출’ 아이디어가 거론되는 것은 당연한 일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이 있다. 민주당이 이들을 전면에 배치한다는 것에는 ‘현상 유지’라는 시그널이 담겨 있다는 점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 출범 때부터 지금까지 그래 온 것처럼 앞으로도 ‘원 팀, 원 스피릿’만 강조하는 친문당으로 남겠다는 신호다. 말이 좋아 ‘원 팀’이지 실제 내용은 ‘무력한 여당’과 ‘청와대 정부’의 동거가 계속된다는 의미다. 아울러 이는 국정 운영 방식과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고 홍보를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다. 그러나 ‘우리는 잘하고 있는데 국민이 잘 모르고 있다’는 인식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여당 내에 대통령을 뒷받침하고 당·청 소통을 매개할 친위 세력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이유만으로 정권 창출의 일등 공신을 인공위성처럼 떠돌게 하는 것도 가혹한 일이다. 그러나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을 피하려면 배려도 자리를 봐 가며 해야 한다. 민주당은 4·3 재·보선에서 얻은 초라한 성적표에 담긴 민심의 경고에 귀 기울여야 한다. ‘현상 유지’ 전략으로는 더 이상 현상을 유지할 수도 없음이 분명해졌다. 이제 청와대가 아닌 ‘민주당의 시간’이다. 최소한 이 시간을 현상 유지가 아닌 쇄신에 써야 1년 뒤 참사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greent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