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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4년에서 3일이 모자란 기간 동안 이어진 남북전쟁은 1865년 4월 9일 남부 연합군 로버트 리 장군 부대의 항복으로 끝이 났다. 5일 후인 4월 14일은 고난주간의 성금요일로 워싱턴 DC 포드 극장에서는 ‘우리의 미국인 사촌(Our American Cousin)’ 공연이 있었다. 긴 내전이 끝나고 평화를 되찾은 사람들은 극장을 찾았다. 공연은 관객들이 2층에 자리한 한 신사를 박수로 맞이하며 시작됐다. 배우들의 공연 중 갑자기 울린 한 발의 총성. 총을 쏜 사람은 존 윌크스 부스라는 배우로 총에 맞은 사람은 대통령이자 전쟁에서 북부 연합군의 승리를 이끈 에이브러햄 링컨이었다. 전후 미국을 설계하는 일에서 잠시 벗어나 공연을 관람하던 링컨을 저격한 것이다.

1809년 2월 12일에 켄터키주의 하딘이라는 작은 마을의 오두막에서 태어난 링컨은 9세 때 독초를 먹은 소에게서 짠 젖을 마셔 생기는 우유병으로 어머니를 잃는다. 링컨의 아버지와 재혼한 사라는 남편의 아들인 링컨을 위해 먼 길을 오가며 책을 구해와 공부할 수 있도록 헌신했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여러 일을 했던 링컨은 한창 공부해야 할 나이에도 가난으로 학교에 갈 수 없었다. 1830년 봄에 가족과 일리노이주의 메이콘 카운티에 이사한 뒤 홀로 뉴살렘으로 가 덴턴 오퍼트 가게의 점원으로 일하다가 원주민들과의 블랙호크 전쟁에 민병대로 참전했다.

제대한 링컨은 뉴살렘에 돌아와 미래를 고민하다가 주 의회에 진출하기로 하고 선거에 나섰으나 4위까지 당선되던 선거에서 13명 중 8위로 첫 낙선을 경험한다. 이때 생긴 빚을 갚기 위해 링컨은 친분이 있던 윌리엄 프랭클린 베리와 베리 앤드 링컨(Berry & Lincoln)이라는 식료품점을 연다. 라드와 베이컨, 꿀과 같은 식품과 주류 등의 품목을 판매했다. 식료품 가게에서 파는 주류는 쿼트(약 1ℓ)보다 많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쿼트보다 작은 용량을 팔 때는 주류 판매 면허가 필요했다. 그리고 면허가 있는 가게 안에서는 술 마시는 것이 허용됐다. 돈을 더 벌어보고자 했던 베리는 빚이 있던 링컨에게 식료품 외에도 주점을 제안했고 1833년 베리는 주류 판매 면허를 발급받아 간단한 식사와 각종 과일로 만든 브랜디와 위스키와 진, 럼을 판매했다. 이렇게 해서 링컨은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술집을 공동 운영한다.

문제는 마을이 작아 손님이 많지 않았고 장사에 흥미를 잃은 베리가 판매용 술을 자주 마시게 된 것이다. 이와 달리 링컨은 책을 읽으며 법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링컨은 베리에게 가게에 대한 자신의 지분을 넘기고 얼마 뒤 우체국장으로 일한다. 건강이 약해진 베리는 1835년 1월 사망하고 가게로 진 빚을 떠안은 링컨은 하원의원이던 1848년에야 빚을 모두 청산할 수 있었다. 이러한 독특한 경력은 1858년 상원의원에 출마해 경합을 벌이던 더글러스가 링컨을 비방하기 위해 언급했지만 오히려 입지만 높여줄 뿐이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도전한 대통령 선거에서 남북으로 분열된 민주당의 다툼으로 역대 가장 낮은 지지율로 대통령에 당선된다.

링컨은 저격당한 직후 길 건너에 있던 피터슨 하우스로 옮겨졌으나 후두부에 박힌 총탄 때문에 출혈이 멈추지 않아 결국 다음 날인 4월 15일에 과다출혈로 사망한다. 많은 슬픔과 실패가 있었던 삶이었지만 단결된 미국을 위해 헌신한 링컨을 미국인들은 여전히 잊지 않고 사랑하며 존경하고 있다.

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