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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판 3개월새 13만부 인쇄
日아마존 아시아문학 부문 1위

중국어 초판 이례적 3만부 예약
스페인 등 18개국에 판권 팔려

외교이슈 초월 ‘문학 한류’전파

베스트셀러 소설 ‘82년생 김지영’(민음사)은 문학 한류의 새로운 시발점이 될까.

국내에서 100만 부 이상이 판매된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이 일본과 중국, 대만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곧 스페인, 영국, 미국에서도 잇따라 번역·출간될 예정이어서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한국문학을 전파할 것으로 보인다.

3일 민음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나온 ‘82년생 김지영’ 일본어판이 3개월 만에 인쇄 부수 13만 부를 돌파했다. 일본어판을 출간한 지쿠마 쇼보(筑摩書房)는 1일 홈페이지를 통해 “이렇게 빠른 기간 안에 진행되는 증쇄는 이례적이라 감개무량하다”고 밝혔다. 현재 일본 아마존 아시아문학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출간 3개월 만에 13만 부는 기록적인 숫자라는 게 출판계의 중평이다. 한국문학번역원에 의하면, 최근 5년 내 일본에서 10만 부 이상 발간된 국내 소설은 없었다.

이달엔 중국에도 번역·출간된다. 중국어판은 초판만 약 3만 부가 예약됐다. 중국이 한국보다 훨씬 출판시장이 크다고 하지만 평균 초쇄 물량은 5000∼8000부 정도. 3만 부 예약이 얼마나 큰 규모인지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이미 출간된 대만에서는 지금까지 2만2000부가 나갔고, 대만에서 가장 빨리 베스트셀러에 오른 한국 소설이 됐다.

정치·외교·사회적으로 경색된 한·일, 한·중 관계에서 ‘82년생 김지영’의 잇단 번역·출간은 매우 의미 있는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혐한(嫌韓)과 한한령(限韓令)을 뛰어넘는 문학 한류의 힘이 아닐 수 없다.

일본어판 번역자인 사이토 마리코는 “일본 문학계 및 독자들이 사회 문제를 문학적 담론으로 끌어내는 한국 소설의 경향에 매력을 느낀다. 일본 문학의 냉소·체념과 구분되는 한국문학의 뜨거움 덕분에 관심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아시아뿐만이 아니다. 오는 9월엔 스페인어판, 내년 2월엔 영국판이 나온다. 영국판과 텍스트를 같이하는 미국판도 이어진다. 7개국에서 출간이 확정됐거나 출간일이 정해졌고, 18개국에 판권이 팔렸다.

‘82년생 김지영’은 평범한 대한민국 여성을 상징하는 서른넷 전업주부 김지영의 생애주기별 에피소드를 통해 여성이 학교와 직장에서 받는 성차별, 고용시장에서 받는 불평등의 구조적 문제점을 드러내 호평받고 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