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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寒食)은 동지로부터 105일째 되는 날이다. 올해는 식목일 다음 날(4월 6일)이다. 한식의 절식(節食)은 쑥떡·쑥탕(쑥국) 등 쑥을 재료로 한 음식이다.

푸른 빛깔의 쑥떡은 쑥 하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음식이다. 쑥떡은 한식날에 가까운 삼짇날(음력 3월 3일, 4월 7일)의 절식이기도 하다. 중국 주(周)나라의 유왕(幽王)이 너무 방탕해 이를 걱정한 신하들이 삼짇날에 쑥떡을 바쳤더니 나라가 크게 태평해졌다는 고사가 전해진다. 이때부터 쑥떡은 장수(長壽)를 돕고 사기(邪氣)를 쫓는 음식으로 간주됐다.

쑥의 제철은 늦은 봄(5월 이후)이다. 과거엔 삼짇날·한식날에 쑥을 구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봄나물 중 가장 늦게 시장에 나오는 쑥은 단군신화에도 등장한다. 곰이 쑥을 먹고 환웅의 아내가 됐다. 우리 민족은 쑥을 액을 물리치는 신성한 식물로 여겼다. 지금도 농촌에선 단옷날 이른 아침에 쑥을 뜯어다가 세워둔다.

쑥은 생명력이 강한 식물이다. 물이 부족하거나 추운 날씨 등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란다. 일본 히로시마(廣島)에 원자폭탄이 떨어졌을 때도 가장 먼저 자라난 식물이 쑥이었다고 한다. 폐허·난장판이 된 것을 쑥대밭이라고 부르는 것도 황폐한 땅에 쑥이 가장 먼저 뿌리를 내리고 자란다는 이유에서다.

음력 5월 5일인 단옷날(6월 7일) 오시(오전 11시∼오후 1시)에 채취한 것이 약성(藥性)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의 민간요법에서 가장 자주 사용한 약초의 하나였다. 맹자는 “7년 묵은 지병에 3년 묵은 쑥을 구하라”는 말을 남겼다.

한방에서 쑥은 성질이 따뜻해서 양기를 보충하는 약재로 친다. 먹으면 손발이나 복부가 따뜻해진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손발이나 아랫배가 찬 냉증 환자에게 쑥 섭취와 함께 쑥뜸 치료를 권장한다.

환각 성분도 극소량 들어 있다. 쓴맛 성분인 압신틴이다. 압신틴은 입맛을 되살리고 위액 분비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지만 과량 섭취는 금물이다. 19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유행했던 술 ‘압생트’의 주성분이 쑥(잎과 줄기)이다. 압생트는 창의적 상상력을 높여준다고 해 예술가에게 인기가 높았다. 압생트를 마시면 압신틴 중독에 빠져 신경과민·환각 경험 등 부작용이 생긴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유럽에선 20세기 초 압생트를 법으로 금했다. 37세에 자살한 네덜란드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도 열렬한 압생트 애호가였다.

애탕(艾湯)이란 봄철 쑥 음식이 있다. 한방에선 쑥을 애엽(艾葉)이라 하므로 애탕은 곧 쑥탕이다. 애탕은 손이 많이 가는 고급 음식이다. 데친 쑥을 고기와 함께 이기고 빚은 뒤 여기에 계란을 씌워 완자를 만든 다음 펄펄 끓는 장국에 넣으면 애탕이 완성된다.

도다리쑥국도 봄의 별미다. 쑥과 도다리는 ‘궁합’이 잘 맞는다. 서로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해주며 담백한 도다리와 향이 강한 쑥이 잘 어울린다.

쑥은 한국인의 삶의 애환이 깃든 봄나물이다. 과거에 먹을 것이 떨어진 보릿고개에 쑥국·쑥떡·쑥죽은 훌륭한 식사대용이었다. 춘곤증으로 식욕을 잃기 쉬운 이맘때 쑥 내음은 입맛을 되살리는 데 효과 만점이다.

쑥은 향기가 독특하고 강해서 음식의 단독재료로 쓰기가 쉽지 않다. 쑥만을 재료로 해서 만든 음식은 쑥튀김이 거의 유일하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