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회 학술지 분석

부모의 유머스럽고 긍정적인 행동이 자녀의 정서 조절 능력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빠보다는 엄마의 유머가 자녀에게 더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자신을 낮추고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하는 자기 비하하는 식의 유머는 자녀 정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3일 한국아동학회 학술지(Korean Journal of Child Studies) 최근호에 실린 ‘부모의 유머스타일이 유아의 정서 조절 능력에 미치는 영향-온정적 양육행동의 매개효과를 중심으로’(오현경 내리사랑교육연구소장·황혜신 상명대 가족복지학과 교수) 논문에서 이같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서울과 경기 어린이집 유아 153명과 그들의 부모 각 153명 등 총 459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부모의 유머는 학계에서 쓰이는 성인용 유머 스타일척도(Humor Styles Questionnaire)를 활용해 △사회적 유머(재미있는 이야기나 농담, 재미있는 소리를 반복해서 표현하거나 스킨십을 통해 웃음 유발) △자기확장 유머(개인 내적인 부정적 정서를 최소화시키는 유머를 의미) △공격적 유머(부모가 자녀의 실수를 놀리거나 웃음거리로 만드는 부적응적 유머) △자기패배 유머(부모가 자신을 낮추고 비하하여 웃음의 대상이 되는 유머) 등으로 분류했다.

분석 결과 아버지가 사회적 유머를 많이 사용하고, 어머니가 사회적 유머와 자기확장 유머를 많이 쓸수록 유아의 정서 조절 능력이 높았다. 연구팀은 “부모가 사회적 유머와 자기확장 유머를 자주 사용한다는 것은 부모가 자녀와의 문제 상황에서도 자신의 정서를 긍정적으로 조절해 표현함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유머를 자주 사용하는 부모의 자녀는 부모의 조절된 정서를 학습하고, 갈등 상황에서도 긴장감을 덜 느끼며 보다 여유롭게 갈등 해결을 위한 대안을 마련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자신의 정서 조절 능력을 높여 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아버지와 어머니의 공격적 유머, 자기패배 유머는 자녀의 정서 조절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자기패배 유머는 자녀가 떼를 쓸 때 재미있는 표정을 지어 웃음을 유발하거나, 부모를 놀리는 등 무례한 행동을 보일 때에도 자녀가 원한다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유머를 표현하는 등의 행동을 포함한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