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른들 ‘밤문화’ 따라하는 ‘청소년클럽’의 일탈

강남 클럽과 꼭 빼닮은 광고

내부선 남녀가 진한 스킨십
클럽앞선 흡연 민원도 속출
가출 청소년 아지트로 전락

폐업했던 업소 재개장 소문

버닝썬·아레나 사건 파장이 커지는 가운데 클럽 뺨칠 정도로 성인 놀이문화를 모방했던 청소년 클럽이 재오픈한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10대 커뮤니티에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영업하다 지난해 5월 폐업한 청소년 클럽 R의 소식을 전하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클럽을 하루라도 재오픈하면 올 생각 있으신가요?”라는 게시글이 뜨면서 논쟁을 촉발했다. 이 글은 지난 1월 31일 올라온 뒤 3일 현재까지 게시돼 있다.

과거 청소년 클럽에서 일했었던 10대의 전(前) 영업직원(MD)들 사이에서는 클럽 R의 재개장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비판론 측에 서 있는 10대들은 청소년 클럽이 지난해 초 처음 문을 열던 때 언론에서 술과 담배가 없는 건전한 스트레스 해소 공간으로 집중 조명했던 것과 달리 실제로는 어른들의 놀이 문화를 그대로 베낀 불건전한 공간이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청소년 클럽에서 MD로 일한 경험이 있는 A 양은 “청소년 클럽이 다시 열린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이번에 또 열면 진짜 생각 없는 것이라고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있고 영업을 하더라도 갈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몇몇 청소년 MD의 과거 SNS 게시글을 보면 클럽 입장을 기다리는 청소년들이 줄 선 사진을 게시하며 “여자가 70%니 빨리 놀러 오라”고 광고하는 등 실제 클럽 MD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영업한 흔적이 남아 있다.

또 강남 클럽 버닝썬에서 1억 원짜리 메뉴로 화제를 모았던 ‘만수르 세트’와 유사하게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콜라 등 음료를 100병씩 묶어 팔고 이를 결제하면 환호하는 등 불건전한 소비문화도 있었다. 클럽에서 만난 남녀 청소년이 몸을 밀착시킨 채 키스하는 사진도 여러 장 남아 있다. 클럽 내에서는 담배가 통제됐지만, 클럽 바로 앞에서 삼삼오오 청소년이 모여 담배를 피우는 통에 구청 등에 민원이 자주 들어갔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청소년 클럽들은 방학이 아닌 때 장사가 잘 안 되기도 했지만, 담배·소음 등 민원이 많이 제기되기도 해 거의 폐업했다”고 말했다. A 양에 따르면 청소년 클럽은 가출 청소년들의 아지트이기도 했다. A 양은 “청소년 클럽이 새로 문을 열거나 닫으면 가출 청소년들이 업장을 옮겨 다니며 MD로 일하고 살았다”고 말했다.

청소년 MD들은 착취 수준의 임금을 받고 일했다. B 군은 따로 임금 없이 보통 5000원인 입장료 중 20%, 테이블 예약을 받으면 그중 10%를 수고비로 받았고 이마저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 B 군은 “보통의 클럽처럼 영업팀들이 있었고, 받을 돈을 전액 받은 팀도 있었지만 전혀 받지 못한 경우가 훨씬 많았다”고 말했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