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풀려 전염병 유행에 걱정
“완치 안된 아이 보내지 말라”
맞벌이 부부 대안 없어 고민
정부·기업차원 지원방안 필요

아이가 아파도 맡길 곳이 마땅치 않은 맞벌이 부부들이 많아지면서 전염병 완치가 안 된 아이들을 어린이집이나 키즈카페 등에 보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아이들이 단체 생활을 하는 공간인 만큼 자녀에게 병이 옮을까 걱정하는 부모들과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환자 아동을 격리하거나 돌봄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는 보건당국은 뒷짐이다.

4살, 6살 자녀를 둔 김모(여·37) 씨는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유행하는 수족구병 때문에 아이들을 어린이집과 키즈카페에 보내는 게 겁이 난다. 팔다리에 수포가 있어 수족구병으로 의심되는 아이들이 놀고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보기 때문이다. 수족구병은 전염성이 강하기 때문에 수포가 어느 정도 가라앉아도 옮을 수 있다. 맞벌이 가정인 김 씨는 아이가 아프면 ‘비상’일 수밖에 없다. 아픈 아이를 시어머니에게 부탁해 집에서 돌볼 수 있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어린이집이나 키즈카페에서 다시 병이 옮을까 노심초사한다. 김 씨는 2일 “아이를 봐 줄 데가 없고 휴가를 오래 쓸 수 없는 맞벌이 부부들이 완치되지 않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거나, 독감이 유행할 때 확진 판정을 받지 않았다고 아이를 열이 나는 상태로 보내기도 한다”며 “같은 워킹맘으로서 상황이 이해되긴 하지만 혹시나 내 아이가 아프지는 않을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주부들이 주 회원인 인터넷 카페에는 아픈 아이를 등원시키지 말라는 요구가 적지 않다. 한 어머니는 ‘우리 아픈 아이는 어린이집 보내지 말아요’라는 제목의 글에서 “수족구병 등 법정전염병에 걸리면 7일 이상 등원시키지 말고, 형제자매도 좀 집에 두라”고 적었다. 그는 “아이 봐줄 곳이 없어서 힘들겠지만, 다른 맞벌이 가정 아이에게도 병을 옮겨 부모들을 동동거리게 해야 속이 시원하겠는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글에는 “우리 아이 항생제를 그만 먹이고 싶다” “전염병 유행할 때 키즈카페에는 아이들 보내지 않는다”며 공감하는 댓글이 달렸다.

워킹맘들은 “법정 전염병이야 어쩔 수 없지만, 아프다고 무조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말고 집에서 돌보라고 하는 건 무리”라고 하소연했다. 한 회원은 “법정 전염병이면 안 보내겠지만, 일을 하다 보면 완전히 다 나을 때까지 아이를 집에서 돌볼 여력이 안 될 때가 많다”며 “아이가 아프면 무조건 집에서 돌보라는 말은 하지 말아달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법정 전염병에 걸린 자녀를 가정에서 자체 격리할 수 있도록 전염병 확진 진단서를 제출하면 완치까지 각 기업에서 부모의 휴가를 보장하고, 정부는 부모와 기업을 지원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윤명진 기자 jinieyoon@munhwa.com